[제4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인문학으로 바라본 제주 크루즈관광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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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4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의 첫 프로그램으로 열린 해양문화유산과 크루즈 관광 학술대회에서 발표에 나선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 제주의소리

한국 해양학의 손꼽히는 석학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가 제주 크루즈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하드파워’가 아닌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주만의 인문정신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4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2016 Asia Cruise Forum Jeju, 조직위원장 김의근)의 첫 일정으로 25일 오후 1시 제주 센트럴시티호텔에서 ‘해양문화유산과 크루즈 관광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역사문화학회 주관으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크루즈관광의 의미를 해석하고 관련 산업 성장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계기다.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풀어져나왔다.

첫 발표자로 나선 주 교수는 역사적 관점에서 크루즈 산업에 제주가 겪는 어려움을 진단했다.

그는 “제주는 출륙금지령을 당했었을 뿐만 아니라 큰 배가 필요없었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며 “역동적인 덕판배는 전통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선박전통이 없는데 크루즈나 요트관광을 하기에 낯선 부분이 있다”며 “제주만의 선박전통을 만들어야 한다”고 시사점을 던졌다.

주 교수는 제주미래해양 비전으로 ‘소프트파워’ 중심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하게 항만, 조선, 물류, 해운 등 전통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것은 제주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신 △해양관광 △해양레저스포츠 △해양축제 등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을 강조했다.

당면과제로 ‘국립제주해양박물관’ 설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현재 제주에 해녀박물관이 있는데, 이는 어촌민속전시관 수준”이라며 “국립해양박물관 수준이 들어와야 한다. 제주가 얻을 이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게 인력양성. 주 교수는 “크루즈 요원도 키워야 하고, 콘텐츠도 배양하고, 공무원들에게도 세계적 크루즈를 체험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인적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고유의 해양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전략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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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4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의 첫 프로그램으로 열린 해양문화유산과 크루즈 관광 학술대회에서 김동전 역사문화학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주 교수는 제주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지었다.

그는 “인문정신이 배제된 신산업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역사·지리·풍습·인간·자연 등에 대한 융복합적 인식과 대응이야말로 21세기형 신관광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문학이 해양산업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로써 해양문화에 대한 인식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서영표 제주대 교수는 “제주가 가진 독특한 인문학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며 “제주 속에서 켜켜이 쌓인 인문적 정신을 어떻게 문화적 자원으로 삼을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데, 이는 현재 크루즈산업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압축적인 개발주의, 제주를 억압했던 패러다임 하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며 “인문학적 비판 없이 관광사업을 얘기해봤자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황진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도 “제주와 같이 역사적인 특수성, 이야기들이 많은 지역에서 크루즈를 한다고 했을 때 이것들이 관광과 결합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윤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의 ‘아시아 크루즈시장의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크루즈 정책 및 과제’, 홍석준 목포대 교수의 ‘동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문화유산, 크루즈관광’, 송기태 목포대 교수의 ‘다도해섬 관광과 지역문화의 활력’, 오창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의 ‘동북아 투어리즘과 제주도’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박동성 순천향대 교수, 박종오 전남대 교수, 김문기 부경대 교수, 박찬식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장, 임학성 인하대 교수, 전영준 제주대 교수 등도 참여해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크루즈산업의 미래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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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4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의 첫 프로그램으로 열린 해양문화유산과 크루즈 관광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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