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 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후 이틀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에 대한 기초 사실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유족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삼다수 공장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37)씨의 유족들은 22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도개발공사의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경찰과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는 20일 오후 6시41분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생산공장 내 페트(PET)병을 생산하는 제병기 6호기에서 발생했다.
작업 도중 기계가 멈춰서자 6호기 조장인 김씨가 센서 오류로 판단해 설비 안으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기계가 작동되면서 김씨의 목이 설비에 끼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개발공사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누군가가 설비를 작동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며 동료 직원들의 오작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개발공사 사장도 함께했다.
반면 당시 공장에 있던 제병기 라인 근로자 7명은 경찰 조사에서 기계 작동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진술은 고인의 과실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유족 대표는 “처음 개발공사의 이야기를 듣고 동료 직원의 실수로 알았다. 가족들 모두 직원의 단순 실수라면 처벌을 원치 않기로 했다. 애초 처벌을 바랄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직원들 모두 기계 작동 사실을 부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 때문에 가족들의 충격이 크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위해 부검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 내 폐쇄회로 TV(CCTV)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장에는 2013년 CCTV가 있었지만 노동자 인권 문제로 그해 영상장비를 철거했다.
유족 대표는 “사고를 목격한 동료들의 진술도 없고 CCTV도 존재하지 않아 당시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는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경수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포함한 일부 공사 직원들은 이틀째 장례식장 주변에 머물며 유족들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고인의 부모와 미망인은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고인은 평소 가족들에게 강도 높은 근무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은 사실도 확인됐다. 생후 100일 남짓한 딸 소식도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09년 입사한 김씨도 사고 당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근무했다. 이틀후에는 오후 9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주-주-야-야-비-비’의 강노동이었다.
유족 대표는 “고인이 쉬는 날이면 자주 만나고 이야기 했는데 그때 마다 하루 12시간 근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지난해 결혼해 신혼집을 꾸리고 올해는 예쁜 딸까지 낳아 행복해 했다”며 “3형제 중에서 일도 잘해 부모님이 유독 아꼈다. 때문에 아내와 부모님의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죄송하고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협의를 계속 할 것”이라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른 대응책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를 불러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3일 근로감독관을 사고 공장에 보내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재차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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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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