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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씨, 삼다수 공장 사망사고 장례식장 위로 방문...“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게 없어"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어. 우리 아들 사고와 똑같아. 이번 사고는 분명히 막을 수 있었어. 분명히.”

불의의 사고로 故이민호 군을 떠나보낸 아버지 이상영(56)씨가 22일 오후 3시 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 공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37)씨의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어제(21일) 삼다수 공장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히려 고인이 가족을 꾸리지 않은 총각이길 바랐다. 홀로 남겨진 아내와 자식들이 먼저 떠올라서다.

수소문 끝에 고인이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녀가 100일 남짓한 아이라는 소식이 이씨의 가슴을 후벼 팠다. 하루 종일 뛰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유족들의 손을 부여잡은 이씨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갓난아이를 곁에 둔 고인의 아내는 남편을 잃은 충격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씨가 아들 민호군의 이야기를 꺼내자 김씨의 유족들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한 유족은 “그동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 것이냐”며 눈물을 훔쳤다.

유족들은 이씨와 마주해 대화를 이어갔지만 맞은편 빈소는 텅 비어있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례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아들이 회사를 다닐 때 그 기계가 자주 고장을 일으켰어. 5년간 안전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어. 거기에 민호가 투입된 거야. 그리고 사고가 났어. 개발공사는 뭐가 달라.”

김씨의 사고는 20일 오후 6시41분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생산공장 내 페트(PET) 제병기 6호기에서 발생했다. 제병기는 삼다수 용기인 페트병을 제작하는 설비다.

작업 도중 기계가 멈춰서자 6호기 조장인 김씨가 센서 오류로 판단해 설비 안으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기계가 작동하며 김씨의 목이 설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동료가 이를 처음 발견해 기계를 멈춰 세우고 119에 신고했다. 김씨는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7시55분 결국 숨졌다.

“압착기에 무엇인가가 있으면 곧바로 기계가 멈춰서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 민호 사고 이후 같은 문제를 제기했어. 그때 원인을 규명하고 다른 공장도 실태조사를 했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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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군의 사고 이후 이씨는 여전히 공장측의 안전규칙 준수와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 책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도교육청의 표준협약서 문제도 현재진행중이다.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와 공장장을 상대로 한 힘겨운 법정 싸움도 이어가고 있다. 다음달 2차 공판도 앞두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언론에서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 외양간을 단단히 고치겠다는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소장은 떠나고 관료조직도 변한 것이 없어. 도교육청은 표준협약서 문제를 알면서도 업체를 고발조차 하지 않았지. 이게 현실이야.”

작업 현장은 여전하지만 이씨의 생활은 달라졌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이씨 부부는 1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는 지금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빚을 다 갚으면 구좌읍에 집을 지어 가족들이 다 같이 살자는 꿈도 산산 조각 난지 오래다. 사고 직전 민호 군은 아버지의 꿈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민호가 떠나고 모든게 무너지고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어. 김씨 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슴이 더 아프네. 정말 막을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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