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타당성 용역 중 신도2 소음·환경성 점수 떨어뜨려..."의도적인 조작, 신뢰 못 해"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특정 지역을 배제하기 위해 '의도적인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초에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됐던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후보지의 활주로 위치와 방향을 옮겨 소음·환경성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으로, 용역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은 19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검토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된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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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식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검토위원회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박찬식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검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제2공항 관련 용역은 단순한 부실이 아니라 2012년 용역 당시 최적 대안이었던 대정읍 신도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적 조작으로 판단된다"며 "신도리 후보지 평가 조작이 확인됨으로써 제2공항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은 신뢰성부터 뿌리째 무너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초 제2공항 예정지로 평가된 후보는 도내 31곳이었고, 이중 대정읍 신도리의 경우 '신도1'과 '신도2' 등 2개의 후보지로 나뉘어 있었다. 신도1 후보지의 경우 대정읍 3개 마을이 포함된 채 계획되면서 소음 문제 등으로 애초에 1단계 평가에서 탈락했다.

문제는 인접한 곳에 위치한 '신도2' 후보지다.

당초 신도1 후보지는 상대적으로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있었고, 신도2 후보지는 내륙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1단계 평가 이후 2단계 평가부터 신도2 후보지는 기존 위치가 아닌 더 바닷가쪽인 남서쪽으로 이동했고 각도도 우측으로 틀어졌다. 지도상으로 볼 때 신도2 후보지는 1단계에서 인근 오름 녹남봉이 왼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사업부지 바로 밖이지만 2단계에서는 녹남봉이 사업부지 내로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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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신도2후보지는 애초에 탈락한 신도1 후보지의 위치와 좀 더 가까운 쪽으로 이동했다. 남쪽으로 민가가 밀집해 있는 영락리, 무릉리 마을을 관통하게끔 옮겨졌고, 경관과 지하수 등 환경평가에서 당장 문제가 될 오름(녹남봉)이 사업부지 내에 포함되도록 바뀐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2단계 검토에서의 신도2' 후보지는 기존 1단계 검토에서의 신도2 후보지와는 완전히 다른 위치와 조건이다. 

결국 소음등고선과 환경성 평가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1단계 위치에 비해 소음 피해지역이 현저히 증가하는 등 환경성 평가에서 공항입지로서 부적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신도2 후보지. 오름 녹남봉을 기준으로 사진 왼쪽 1단계 평가에서의 활주로 위치와 사진 오른쪽 2단계 평가에서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
▲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검토됐던 대정읍 신도2 후보지(녹색선). 기존에 검토됐던 신도1과 신도2(빨간선) 후보지와는 완전히 다른 '신도2' 후보지가 됐다. 무슨 영문에서인지 2단계 평가에서부터 신도2 후보지 공항사업부지 내로 녹남봉이 포함되는 등 기존보다 소음과 환경성이 크게 악화됐다.

1단계에서 신도2 후보지의 소음등고선을 살펴보면 끄트머리에 고산 마을이 걸려있고, 아래쪽에는 대정농공단지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위치가 바뀐 2단계 소음등고선을 보면 극히 일부만 들어있던 신도리, 무릉리, 영락리 마을 등이 소음 피해지역에 편집됐고, 일과리 일대 마을도 추가 편입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평가 방식이 바뀐 것도 의문점이다. 당시 용역진은 1단계까지 평가 기준을 '건축물 면적'에 뒀던 것을 2단계와 3단계 평가부터 '피해 가옥 수'로 평가했다. 농공단지 면적이 포함된 기존의 신도2 후보지였다면 소음 점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결국, 신도2 후보지의 위치가 이동하면서 소음 부문에 있어 후보지 중 가장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동 전인 1단계 후보지를 대입할 경우, 예상되는 보상 가옥수는 600~700가구 가량이지만, 최종 평가에서 신도2 후보지의 소음보상 가옥수는 2157가구로 늘어났다.

또 이들 단체는 소음만이 아니라 원래 위치대로라면 환경성에 있어서도 훨씬 양호한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봤다. 당초 녹남봉 부지 밖에 있던 후보지가 옮겨지면서 녹남봉이 편입됐는데, 이로 인해 경관보전지구,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이 중첩됐다는 것이다. 

신도2 후보지는 공역과 확장성, 사업비 등의 측면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소음(1.5), 환경성(4.5) 등에 있어 타 후보지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후보지를 이동하지 않았더라면 소음 점수와 환경성 점수 모두 10점 이상 높게 받아 최종 후보지는 성산이 아닌 신도2가 됐을 것이라는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평가 점수표.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은 이 점수에서 신도2 후보지의 소음·환경성 점수 등이 10점 이상씩 높게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단계에서 탈락한 신도1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러 마을과 중첩되게 계획해 소음 점수로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이보다 앞선 2012년 실시됐던 '제주 신공항 연구보고서'는 신도리 활주로를 더 해안가에 붙여놓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 계획이 훨씬 현실적이고 피해가 적은 대안이었다고 주장했다. 2012년 당시 용역 연구책임자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에도 똑같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근거나 설명 없이 이 같은 계획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문을 표했다.

박 부위원장은 "의도적인 조작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수이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평가의 결정적인 조작으로 사전타당성 용역의 신뢰성은 근본적으로 무너졌다. 이런 용역을 갖고 어떻게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나가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부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은 성산읍을 후보지로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춘 사기 용역"이라며 "더이상 이 문제로 사회적 논란 사회적 비용을 치러서는 안된다.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보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해 검토하다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이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하고 싸우고 있다"며 "오늘 브리핑 한 내용들이 단언컨데 스모킹건이 돼 제2공항을 막아내는데, (의혹을)입증하는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6시 서귀포시 성산일출봉농협 대회의실에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검토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주민 보고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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