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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소재 가두리양식장. 뙤약볕 아래 폐사한 광어를 처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경면 가두리양식장, 광어 4만5000여 마리 폐사..."규제 완화돼야"

손 쓸 새도 없이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제주지역의 한 양식장. 채 자라지 못해 손바닥 크기에 불과한 어린 물고기부터 온전하게 영글어 출하를 앞두고 있던 성체까지, 일꾼들은 뙤약볕 아래서 광어 사체를 걷어내는데 분주했다.

썩은내가 진동하는 간이다리 한 켠에서 D수산 대표 김모씨는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바다를 응시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야속하기만 했다.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소재 D수산. 3ha 면적의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이날 하루 만에 약 1만5000여 마리의 광어가 폐사했다.

이달 초순부터 수온이 이상징후를 보이면서 하루 평균 2000여 마리의 광어가 죽어 나가기 시작하더니, 3일 전부터 수온이 급상승했고, 덩달아 폐사량도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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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소재 가두리양식장. 뙤약볕 아래 폐사한 광어를 처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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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소재 가두리양식장. 뙤약볕 아래 폐사한 광어를 처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통상적으로 광어는 20℃ 안팎의 수온을 유지해줘야 하지만, 장마가 끝난 이달에 들어서면서 25℃를 넘나들기 시작하더니 지난 21일부터는 27℃를 훌쩍 넘어섰다. 이 기간 중 폐사한 광어는 4만5000여 마리에 달했다. 추정되는 재산상 피해만 6000여 만원이다.

100여개의 수중가두리 중 차양막을 열어본 것은 20여개에 불과했다. 폐사된 광어를 수습하는데도 일손이 모자라 다른 가두리를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터다. 여전히 기온도, 수온도 떨어질 기미가 없어 피해는 더 확산될 공산이 크다.

"물 온도가 높아진게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진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물 온도가 급격히 증가하더니 순식간에 광어가 떼죽음을 당했죠. 워낙 수온이 높아지다보니 (바다와 연결된) 수문을 열어도 수온은 쉽게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5년여 간 양식장을 운영해 온 그였지만, 유독 심한 올해 폭염에 혀를 내두른 김씨. 무엇보다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당국도 그에겐 야속하게 보였다. 

"작년에도 그랬고, 이번달에도 수온이 높아지고 있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러면 행정기관에서는 '아직 수온이 23~24℃ 밖에 되지 않으니 기다려보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는데, 그때 이미 우리 양식장의 수온은 25.5℃를 넘어서고 있었어요. 상식적으로 수영장 물이 튜브 속 물보다 늦게 데워지기 마련인데, 바다 한 가운데의 수온을 적용해 양식장의 사정을 판단하는게 맞는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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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소재 가두리양식장. 뙤약볕 아래 폐사한 광어를 처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애초에 규제로 인해 수온을 떨어뜨릴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하소연했다. 

지하수 등을 이용해 수온을 떨어뜨리는 제주 동부지역의 여타 양식장과는 달리 가두리 양식장 형태의 D수산의 경우 여러 규제 때문에 지하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D수산은 제주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가두리 양식장이다. 

"광어는 염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물고기라 지하수랑 섞을 수만 있으면 수온 조절이 가능해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 공유수면이라는 등의 이유로 지하수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앞서 나가려는 사업자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피해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제주시 관계자는 "전문가 진단 등을 거쳐 피해 원인과 추가피해 등을 분석해봐야겠지만,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제주도 관계부서와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수면 온도가 치솟자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24일 오전 10시를 기해 제주도 연안에 올해 첫 고수온주의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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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경면 소재 가두리양식장. 뙤약볕 아래 폐사한 광어를 처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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