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기획] 온라인 경청회로 독자가 묻고 기자가 답하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는 온라인 경청회를 마련했다. 게시판과 기사를 통해 독자들의 의견과 제안, 비판 등을 수합했고 기자들이 직접 답변에 나선 소통의 자리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녹화에는 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가 진행을 맡았고 외부 패널로 CBS제주 이인 기자가 참석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는 이승록 기자와 뉴미디어콘텐츠팀의 조승주 기자가 자리했다. 

다음은 경청회 주요 대화 내용.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보도는?

기억에 남는 보도를 묻는 질문에 이인 기자는 최근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의혹 집중보도와 2005년 결식아동 부실 도시락 파문을 언급했다.

이 기자는 “서귀포시가 겨울방학 때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해줬는데 너무 부실했다는 사실을 제주의소리가 단독보도했고 전국의 학부모들이 비분강개했다”며 “그 보도가 나가고 회사에서는 ‘너는 뭐하고 있냐’면서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록 기자는 2003년 제주도교육감 비리와 2004년 교육감 선거 비리와 관련한 보도를 꼽았다. 이 기자는 “제주 언론계와 교육계가 약간 카르텔이 있어서 다룰 수 없었던 것을 저희 제주의소리에만 제보해주시고 제주의소리만 쓸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유튜브 서브브랜드 제리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조승주 기자는 다루고 싶은 주제와 관련해 “인권과 성소수자,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 최근엔 마라도 고양이 반출과 관련한 영상을 제작하고 기사를 작성했다”며 “제주 곳곳에서 의미있게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을 조명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앉아서 취재하지 말라”

“어디서 배껴오고, 책상에 앉아서 취재하지 말라”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김종현 대표는 “인력의 한계 등으로 수동적으로 행정기관 보도자료 중심의 기사작성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승록 기자는 “발로 뛰는 기자를 얘기하는데 하루에 한 건, 일주일에 한 두 건 정도 쓰면 콘텐츠를 찾기 위해서 더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호흡이 긴 기사를 쓸만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종현 대표는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를 지원하는 공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인 기자는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현장보다는 행정 중심의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언론사가 100개가 넘는데, 단순 교통사고 기사를 100개 언론사가 똑같이 쓰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단순한 기사 양산이 아닌 고민하고 취재해야 제도 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심 잘 잡고 있나?

김종현 대표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보도를 부탁한다’는 독자의 의견을 소개하며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면서도 논조를 유지한다는 것이 중요한 아젠다”라고 언급했다.

이인 기자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주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기계적 균형을 잡으면 보도기사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제주의소리가 진보적인 목소리를 많이 대변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기계적인 균형을 잡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며 “대신 반대 쪽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을 하고, 심층취재와 보충취재를 통해 ‘이 목소리도 옳은 것 같다’와 같은 내용들을 담아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록 기자는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초창기부터 시대의 소리, 진실의 소리, 진보의 소리를 지향했기 때문에 계속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주의소리 창간 20주년 온라인 경청회 참가자. 왼쪽부터 김종현 섬이다 대표, 이인 CBS 기자, 조승주 제주의소리 기자, 이승록 제주의소리 기자.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창간 20주년 온라인 경청회 참가자. 왼쪽부터 김종현 섬이다 대표, 이인 CBS 기자, 조승주 제주의소리 기자, 이승록 제주의소리 기자. ⓒ제주의소리

댓글창 관리 어떻게?

댓글창과 관련한 독자 의견들이 여럿 나왔다. ‘기사 뿐 아니라 댓글 또한 책임성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인증된 실명으로만 개편할 생각은 없나. 가끔 둘러보며 욕설이나 삭제하는 수준 가지고는 제주의소리 댓글창은 도민의 소통공간으로서 의미를 잃어갈 것이다’, ‘댓글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승록 기자는 2021년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제주의소리의 댓글 원칙은 명예훼손이나 법적 문제(소지), 욕설과 비방이 없다면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인 기자는 “댓글 실명제로 자기 글에 책임을 지게하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표현하게 될 것”이라며 “취재에 도움이 되는 댓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조언을 해주는 댓글들도 있는데 이상한 댓글들이 그런 좋은 댓글들을 그냥 묻혀버리게 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현 대표는 “긍정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독자는 자칫하면 진흙탕에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며 “시민들이 참여한 댓글이 (실제 보도 등으로)유의미한 영향을 낳는 경우를 잘 홍보하는 등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댓글을 양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타 좀 줄일 수 없나요?

‘큰 거 안 바란다 오타나 줄여라’, ‘오탈자가 여전하다는 것이 흠’이라는 철저한 검수를 주문하는 의견들도 많았다.

제주의소리에서 가장 오타가 많은 기자로 언급된 이승록 기자는 “과거에는 댓글에 ‘오타의 소리’라는 필명으로 계속 오타를 고치라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오타가 많았다”며 “죄송하다.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기자들의 바람과 다짐

이인 기자는 “개인적으로 제주의소리를 제주의 통신사라고 표현한다. 제주의소리 기사를 참고하기도 하고, 데스크에서 ‘제주의소리에 나와있는데 뭐하고 있어?’라는 말을 기자들이 듣기도 한다”며 “제주의소리가 제주의 통신사로 영원히 남아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다짐을 묻는 질문에 조승주 기자는 “단순히 흥미만 끌거나 자극적인 영상에 그치기 보다는 건강한 콘텐츠를 믿고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승록 기자는 “제주의소리 출범 당시에 인터넷 신문을 뉴미디어라고 했는데 이젠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점점 빨라지니까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두렵고 떨리기도 한다”며 “언론으로서 기본을 찾는 언론, 사회적 약자와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언론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종현 대표는 “제주의소리 20년 역사는 항상 함께했던 독자들의 힘이었다”며 “독자와 함께 소통을 강화하는 제주의소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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