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도움센터 설치로 클린하우스 4곳 철거
접근성 떨어져 고령 주민·해안가 상인 불편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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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는 시간과 요일에 무관하게 폐기물 자원을 배출할 수 있는 ‘재활용도움센터’가 마을마다 들어서고 있습니다.

기존 생활폐기물 배출 시설 ‘클린하우스’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폐기물을 배출해야 하고 요일마다 배출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돼 있다면, 재활용도움센터에서는 상시 모든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불편이 제기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마을 이야기입니다. 월정리에는 재활용도움센터가 올해 1월1일 문을 열었는데, 이에 기존 클린하우스들이 철거되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 중길 11-8에 들어선 재활용도움센터. 사진 제공=제주시
제주시 구좌읍 월정 중길 11-8에 들어선 재활용도움센터. 사진 제공=제주시

월정리 주민 A씨는 “월정리 마을 곳곳에 있는 클린하우스도 그 숫자가 넉넉하지 않아 어르신들이 폐기물을 배출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며 “재활용도움센터가 마을 중심에 설치돼 그동안의 불편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는데 마을 밖 찾아가기 힘든 곳에 지어놓고 그나마 몇 개 있던 클린하우스는 모두 철거한다고 하니 차 없는 어르신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씨는 “무거운 쓰레기를 양손에 들고 15분 넘게 걸어가서 버리라면 누가 재활용도움센터까지 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다면 주민들이 더 편안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행정당국에 따르면 운영 효율성을 위해 재활용도움센터 설치 시 반경 500m 이내 클린하우스는 모두 철거되는 게 원칙입니다. 월정리의 경우 클린하우스 4곳이 철거될 예정입니다.

문제는 철거 예정인 클린하우스들의 경우 마을 입구와 주택, 상가가 밀집된 해안가 등에 설치돼 있는 반면 문을 연 재활용도움센터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월정리 주민 대다수가 고령이거나 해안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상인들로, 이번 클린하우스 철거 소식에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정리 재활용도움센터(파란 아이콘)의 반경 500m 이내 지역(보라색 원) 출처=다음 카카오맵
월정리 재활용도움센터(파란 아이콘)의 반경 500m 이내 지역(보라색 원) 출처=다음 카카오맵

철거 전부터 민원이 잇따르자 제주시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클린하우스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마을회에서 주민 숙원 사업으로 재활용도움센터 설치를 신청해 적절한 부지를 찾던 중 현재 위치에 설치하게 됐다”며 “기존 클린하우스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기피 시설인 만큼 주택, 상점가와 밀접한 곳에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클린하우스를 유지할 수는 없으나 오는 3월31일까지 수렴된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월정리 뿐만 아니라 재활용도움센터가 생기면서 편리함을 느끼는 주민도 있는 반면, 집 앞에 있던 클린하우스가 사라지며 불편을 겪는 주민도 생기고 있습니다. 주민 편의 시설인 만큼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다양한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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