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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양돈 기자재 2억원 어치 지원 후 사업 중단...10년째 흑돼지 100마리 지원 못해

남북 교류의 비타민으로 꼽히는 제주감귤이 8년만에 북한으로 향하면서 2009년 이후 중단된 흑돼지 지원사업의 재개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11일 오전 8시 제주공항에서 우리측 군 수송기 C-130기 4대를 동원해 10kg 들이 제주감귤 5000상자(50t)를 북한 평양 순안공항으로 보냈다.

어제(12일) 오후 8시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향한 감귤은 2만상자, 총 200t이다. 제주 감귤이 북한에 지원된 것은 2010년 5‧24 조치 이후 8년만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전인 2007년 제주도는 감귤과 당근에 이어 흑돼지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그해 11월 제주도민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이 내용은 보다 구체화 됐다.

2008년 9월 북한의 대남 협력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돼지농장 지원사업 실무협의를 제안했다. 그해 10월 실무협의단이 평양을 찾아 '남북 흑돼지 사육협력사업‘에 합의했다.

제주도는 후속 조치로 2009년 1월 중국 선적 화물선을 동원해 돼지 분만틀과 급이기, 사료통 등 2억2000만원 상당의 양돈장 기자재를 평양으로 보냈다.

도내 양돈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도착한 곳은 평양시 사동구역 덕동리에 위치한 양돈장이었다. 이 곳은 6만평 규모로 돼지 10만두를 기를 수 있는 건물 20개 동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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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이곳에 분만사 3동을 최신 시설로 개보수하고 1개동을 신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부 기자재 18종을 지원 목록에 올렸다. 제주에서 기른 흑돼지 100마리 공급도 약속했다.

흑돼지는 번식을 고려해 90%를 모돈으로 정했다. 당시 북한은 생산성이 높은 흑돼지를 원했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 토종 흑돼지 대신 번식력이 좋은 개량형 검은 돼지를 선정했다.

일반 양돈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로 검은 돼지 100마리를 확보했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로 대북 교류가 중단되면서 정작 화물선에 오르지 못했다.

제주도는 ‘남북 흑돼지 사육협력사업‘이 재개되면 곧바로 흑돼지를 확보해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걸림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교역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감귤은 안보리 금수 품목에 들어가지 않는다. 제철 과일의 특성상 장기간 보관도 어려워 군용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이에 미국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남북 흑돼지 사육협력사업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며 “다만 대북 제재조치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재추진시 통일부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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