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까지 문예회관서 전시...“수상작 비율 30%로 축소, 출품작 수준 상승 가져와”

44회를 맞는 올해 제주도 서예·문인화대전에서 이상순 문인화 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문정수, 오승희, 전갑순 작가에게 돌아갔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가 주최하고 제44회 제주도 서예·문인화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44회 제주도 서예·문인화대전의 입상작 전시가 9월 8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 2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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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 서예문인화대전 대상을 수상한 이상순 작가와 대상 작품 <묵죽>. ⓒ제주의소리
올해는 178점이 출품된 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3명, 특선 6명, 입선 38명을 선정했다. 이상순 씨는 대나무를 표현한 작품 <묵죽>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나무 줄기 세 개가 균형 있게 서 있고, 사이사이 마다 대나무 잎이 짙고 풍성하게 그려졌다. 임춘식 3차 심사위원장은 “먹색과 구도가 대체로 무난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대상 수상자 이상순 씨는 1989년 서예에 입문해 2008년부터는 문인화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제주도미술대전에서 특선 2번, 입선 2번을 받으며 경험을 쌓았고, 올해 대상의 고지에 올랐다. 충남대학교 한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최근 왼쪽 팔을 한동안 사용할 수 없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붓을 잡은 순간만큼은 아픈 것도 잊어버린다”며 묵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제주지회, 한국문인화협회 제주지회에서 활동 중이며, 서귀포학생문화원 서예교실 강사이기도 하다. 

그는 “대나무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느껴 작품에 담았다”면서 “묵향의 매력은 간단히 말해 정신수양이다. 붓을 들고 있는 순간이면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고유한 기쁨을 느낀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피력했다.

또 “큰 상을 타는 사람들을 보면 더 열심히 스스로를 채찍질 하겠다는 소감을 말하곤 하는데 이제야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전심치지(專心致志,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바치어 뜻한 바를 이룬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 작품은 문정수 작가의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한글), 오승희 작가의 <효망>(한자), 전갑순 작가의 <파초와 선인장>(문인화)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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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우수상을 수상한 문정수 작가의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한글), 오승희 작가의 <효망>(한자), 전갑순 작가의 <파초와 선인장>(문인화).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특선은 김희연 작가의 <정철기 사미인곡 중>(한글), 정현주 작가의 <이계선상시>(한문), 서민정 작가의 <다산선생시>(한문), 김화자 작가의 <석죽화>(한문), 염희정 작가의 <해바라기>(문인화), 문옥희 작가의 <가족 나들이>(문인화)가 수상했다.

박진설 1차 심사위원장은 “한글 서예는 궁체와 판본 등 여러 분야에서 고루 작품이 출품됐다. 제주방언이나 토속가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한문 서예는 탄탄한 기초를 통한 작품과 운필을 통한 표현을 조화롭게 나타낸 수작들이 많았다"며 "문인화의 경우 소재가 다양화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나, 독특한 개성을 찾기 어려웠고 기본이 되는 매난국죽의 출품수가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전체적인 수준이 예년 작품보다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1차 심사위원은 정복동·최영희(이하 한글), 이권일·선점숙(이하 한문), 박진설·서상언(이하 문인화) 씨다. 2차 심사위원은 배영환(한글), 임순현(한문) 씨다. 3차 심사위원은 서복희·서정수(이하 한글), 류봉자·임춘식(이하 한글), 김동애·문춘심(이하 문인화) 씨가 맡았다.

올해 제주도 서예·문인화대전 심사는 1차 입상 작가 선정, 2차 오탈자 감수, 3차 현장 휘호 후 대상·우수상 선정으로 나눠 이뤄졌다.

대상은 상금 500만원, 우수상은 200만원이 받는다. 특선과 입선에게는 상금 없이 상장만 수여된다. 대상 작품은 제주도가 소유한다.

올해는 서예·문인화대전이 미술대전과 별도 행사로 치러진 첫 해다. 여기에 2차 오탈자 감수 심사도 새롭게 추가되고, 지난해에 이어 총 수상작 비율을 출품작의 30% 이내로 맞추는 등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서예 부문에서 215점이 참가한 데 반해, 올해는 110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서예·문인화대전 전체 출품작은 292점에서 올해는 178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강민석 제주미협 회장은 “복합, 융합하는 현대미술의 경향과 달리 서예·문인화는 고유한 전통적인 특징을 고려해 장르가 분리되는 경향이 있는데, 서예·문인화대전이 분리된 것은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예·문인화대전을 제주미협이 아닌 다른 주최 기관이 여는 완전 독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서예 부문 참가자 감소에 대해서는 “제주 한글사랑 서예대전의 신청이 우리 행사와 겹치는 등 여러 가지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한때 50% 이상이었던 수상작 비율을 지난해부터 30%로 줄였다. 일각에서는 저변 확대 차원에서는 수상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술협회가 볼 때, 수상작 비율을 조절하면서 출품작 수준이 높아졌다”며 수상작 비율을 다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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