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전쟁과 전쟁 사이에 놓인 혼돈의 시대, 그 어느 지역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이념의 욕망이 충돌하는 용광로였다. 제주도립미술관이 4.3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주목하는 이유도 4.3과 동시대에 벌어진 동아시아 국가폭력을 함께 조명해서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특별전에 출품한 작가 12명의 작품을 웹갤러리로 소개한다. 작품 사진과 소개글을 더하지만, 전시장을 찾아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편집자 주]

[포스트 트라우마] ① 권오송 權伍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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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日蚀)>, 2018, 수묵·화선지·종합기타재료, 215×550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하얼빈 731부대에서는 전염병을 연구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해 무고한 양민과 가축을 생화학 실험하였다. 

재중동포인 권오송은 동아시아 역사의 참상을 현대수묵화로 꾸준히 표현해 왔다. 권오송 작가는 중국 하얼빈 안중근기념관의 대형 기록화 <안중근 이토를 격살하다>와 731 일본군 마루타 부대의 참상을 그린 죄증전시관(罪证陈列馆) 대형벽화로 국내외에 알려졌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시기 농촌에서 노동의 시련기를 거치며 고뇌의 경험과 절제의 미학을 다졌다. 그는 동아시아 역사의 참상을 현대 수묵 추상작품들로 꾸준히 표현해 왔다.

<일식>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 731부대가 하얼빈에서 인체 화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현장의 처참함을 느낄 수 있다. 일본 731부대는 전문적으로 생화학 무기를 연구하고 생산하던 부대였다. 이 부대는 침략을 위하여 무고한 백성과 가축을 수용소에 가두고, 전염병의 확산과 대량살상무기를 연구하였다. 관람객은 이 시각물을 통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저지른 잔인함을 직면하게 된다. 침략자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과 동물에 저지른 생체 실험은 보기 드문 폭거이며 역사상 지울 수 없는 사건이다. 

작가는 이 사건을 현대인이 가슴속에 새겨두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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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日蚀)>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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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日蚀)>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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