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제주시 부시장 올해 40년째…'사심없는' 장수 공직생활
"당시 면서기냐, 서무선생이냐…고민 속 선택한 길 보람"

이상호 제주시 부시장이 8일자로 부시장직에서 물러나 내년 명예퇴직을 위해 반평생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들어간다.

올해 공직생활 40년째. 일반적으로 적게는 34~5년, 많게는 36~7년 동안 공직생활한 이는 많지만 40년을 넘는 일은 드문 일이다. 내년 말에 정년퇴임을 감안하면 만 41년 동안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장수 공무원'이 되는 셈이다.

▲ 40년 넘게 공직생활 현장에서 물러나는 이상호 제주시 부시장
지난 2004년 10월 제주도 관광문화국장 재임시절 국정감사를 준비하다 과로로 쓰러진 당시 그는 스스로 보직을 반납, 제주도 문화예술재단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듬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고위정책과정 연수길에 올랐던 비운(?)의 경험도 갖고 있다.

당시 '자진 좌천'을 희망한 그는 2005년도 행정자치부 제2기 고위정책과정(10개월 코스) 연수 중 최종 논문심사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관계 안팎에서 비교적 사심이 없는 꿋꿋한 행정인의 길을 걸어왔다는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 만큼 '청렴'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일을 함께 해온 제주시청 직원들은 "원만한 일처리는 물론 직원간 화합에도 손색이 없는 책임자의 역할을 다하는 등 덕장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며 "역대 부시장에서 최고로 꼽힐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67년에 제주상업고등학교 3학년 1학기때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한 후 행정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의 갈림길에서 행정공무원을 택했다.

이 부시장은 "사실상 목표는 은행이었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두가지 시험에 모두 합격해 면서기냐, 학교 서무선생이냐는 고민속에 면서기의 길을 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할까. 68년 2월 8일자로 한경면에서 면서기 생활을 시작, 한때 6년여 동안 '그렇다할 보직'을 맡지 못하는 등 외부로 겉도는 불행한(?) 시절도 보냈지만 결국 지방부이사관 자리까지 오르는 '관운'이 따르기도 했다.

제주시 화북이 고향인 그는 북제주군에서 14년, 도에서 25년 근무를 했지만 정작 고향인 제주시에서의 근무는 1년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해 5월엔 5.31 지방선거로 인해 빈자리를 맡은 제주시장 권한대행 역시 큰 대과없이 마무리하는 등 무난한 행정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고향인 제주시(화북)에 와서 마지막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내년 2월까지 공직자 신분에서 벗어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시장직을 큰 잘못없이 수행할수 있도록 보람을 준 김영훈 시장과 2000여 직원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시장은 조만간 또 하나의 작은 기쁨을 맛본다. 학력이 고졸이었던 그가 남모르게 학업의 길을 밟아 올해 2월 제주산업대 복지행정과를 졸업하게 되는 것.

"고교만 졸업해 늘 마음에 걸렸다"는 그는 "명예퇴임 후 사회복지 시설쪽에서 자원봉사의 길을 걷고 싶다"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호 부시장의 이임식은 8일 오후 4시, 고경실 신임 부시장의 취임식은 오후 6시 잇따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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