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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읽은 《1984》, 나를 돌아보게 하다

위민성 news@jejusori.net 2018년 12월 04일 화요일 10:11   0면
[기고] 위민성 대기고등학교 2학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은 건 중학교 3학년 이후로 두 번째다. 1년 전에는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읽었다면 이번에는 독재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인간의 참혹함 등에 더욱 집중하면서 읽었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이고, 국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강력하게 후려치고 지나가는 듯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정농단 사건도 떠올랐고, 과거 군사정권이나 독일 나치즘, 소련 사회주의도 생각났다. 《1984》는 '사람'이 되고 싶은 하급 당원 윈스턴이 빅브라더에 맞서다 철저하게 박살나는 이야기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1984》가 개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2분 증오라는 군중 집회다. 윈스턴의 일기를 통해 그려진 모습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풍자적이다.      

갈색 머리의 자그마한 여자가 자기 앞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갖다 대고는 “나의 구세주여!”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스크린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기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빅-브라더! 빅-브라더! 빅-브라더!”라는 찬가를 낮고 느린 가락으로 반복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빅’과 ‘브라더’ 사이가 길게 늘어지면서 이어지는 그 장중한 합창은 마치 야만인들이 맨발로 춤추며 쳐대는 북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갈고 있는 듯 했다. 사람들은 삼십 초 동안 계속 똑같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도저히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순간에 흔히 부르는 일종의 후렴이요, 빅 브라더의 지혜와 위엄에 대한 찬가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리드미컬한 소리로 교묘하게 의식을 말살시키는 자기 최면 같은 행위였다.
- 《1984》 가운데 일부
 
마치 사이비 종교 집회처럼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 섬처럼 떠 있는 윈스턴의 모습이 그려졌다. 윈스턴은 빅 브라더를 연호하는 소리가 웅장하고도 위엄이 있지만 그 행위는 곧 교묘하게 자신의 의식을 말살시키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집회가 과열될수록 의식이 깨어 있는 윈스턴의 모습이 뚜렷하다. 하지만 그는 무인도일 뿐이다. 

완벽해지려는 집착에 반기를 든 인간

윈스턴은 중년에다가 허약한 사나이다. 어릴 적의 추억을 가지고 있고 빈틈도 많다. 그가 들락거리는 구역은 당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고 프롤들이 주로 산다. 프롤은 프롤레타리아의 줄임말로 ‘무지한 민중’을 뜻한다. 그들은 못 배워서 기억력도 짧고 툭하면 당에서 쏘아올린 폭탄에 얻어맞기 일쑤다. 완전무결한 절대권력 빅브라더와 불완전 그 자체인 프롤 사이에 윈스턴이 있다. 

저자 조지 오웰은 윈스턴의 입을 통해서 “프롤만이 희망”이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아무 힘도 없는 프롤이 완벽하게 구축된 절대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 쏟아졌다.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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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출처=알라딘.

사람들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고 절대 완벽해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흉내를 내고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 한다. 그리고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거짓말로 만들어 버리면서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를 완벽으로 구축하려 한다. 

《1984》는 사람의 정직하지 못한 어두운 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서로 상반된 개념인 장점과 단점, 혹은 약점과 강점을 흑과 백이란 색으로 표현한 것 역시 감각적이다. 보통 흑은 악, 백은 선을 나타낸다. 반대로 믿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건, 결국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고 사실을 왜곡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과 같다.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게 안대를 씌워 결국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상실하거나 악으로 빠져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속 장면은 나의 일상생활 모습에도 투영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난 내 단점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식적으로 행동하며 나의 가식을 믿게 만든 적이 있었다. 소설 속 장면은 그러한 나의 행동을 성찰하게 만들었다. 나는 《1984》가 사회를 비판하는 원래 주제보다는, 개개인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고 변화하고 도전할 것을 요구하는 숨은 주제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위민성 대기고등학교 2학년

※ 탐라도서관과 오승주 작가는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정치학교'를 진행합니다. <제주의소리>는 청소년 정치학교 주최 측과 함께 참가자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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