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의인상 시상식서 아버지 김형보씨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기억해줘요”


▲ 김만덕 의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된 고 김선웅 군.
올해 김만덕 의인상(특별상)을 수상한 고(故) 김선웅 군의 아버지 김형보씨가 남긴 말이다. 

21일 오전 10시 제주시 모충사에서 ‘제39회 만덕제 봉행·김만덕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만덕제와 김만덕상 시상은 조선시대 사재를 털어 굶주린 제주인을 구휼한 의인(義人) 김만덕의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잇기 위해 1980년 시작됐다. 

제주도와 (사)김만덕기념사업회는 매년 봉사와 경제인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김만덕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김만덕 의인상이 특별상으로 처음 제정됐다. 수상자는 요리사의 꿈을 키우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고(故) 김 군. 

평소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던 김 군은 지난 3일 오전 3시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었다. 

김 군은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서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길을 가던 김 군은 무거운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다양한 봉사에 앞장서왔던 김 군은 할머니를 도와 같이 길을 건너다 다가오는 차량에 치이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크게 다친 김 군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이튿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2남1녀 중 늦둥이 막내 김 군이 뇌사에 빠지자 생전에 장기기증을 약속한 김 군의 뜻에 따라 장기를 기증키로 결정했다. 

김 군은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 김선웅 군 아버지 김형보(가운데)씨가 아들의 김만덕 의인상 상패를 들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 양원찬 김만덕기념사업회 공동대표(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도와 김만덕기념사업회는 김 군에게 김만덕 의인상을 시상키로 했다. 시상식에는 하늘나라로 떠난 김 군을 대신해 아버지 김형보씨가 참석했다. 

아버지 김씨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을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소망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제주의소리>와 따로 만난 김씨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선웅이를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주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기뻐하고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김씨는 “병원에서 선웅이가 깨어날 가망이 없다고 하자 가족들과 장기기증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선웅이 누나는 뇌사임에도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1주일만이라도 더 지켜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내 아내도 뇌사에 빠져 3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이미 경험이 있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장기기증 결정을 내리고, 선웅이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선웅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 21일 모충사에서 제39회 만덕제 봉행 및 김만덕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씨는 “아들이 평소 교회를 다니면서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정말 착한 아들이었고, 평소 곳곳에서 착한 일을 많이 했다. 생전에 장기기증을 서약했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했다.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딱 한 마디를 남겼다. 

“선웅이가 김만덕 의인상 수상자로 이름이 남는다. 사람들이 선웅이 이름을 떠올릴 때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경남 거제에 거주하며 꾸준히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장학금 등을 전달해온 강영희(71)씨가 봉사부문 김만덕상, 일본에서 활동하며 제주 발전을 위해 장학금 등을 기부하고 있는 좌옥화(84)씨가 경제인부문 김만덕상을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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