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섬연구소 김소은 이사..."중국 관광객 남긴 생채기 제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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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내고 간 생채기가 만만치 않다. 

관광지화를 뜻하는 투어리스티파이(touristfy)와 지역개발에 따라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용어가 지구촌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실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일어난 이들 지역들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지역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것이다. 관광객들과 함께 공유해야 하는 사회기반시설은 항상 과부하 상태여서 지역주민들은 삶의 질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세계관광대국 스페인의 경우 관광객이 현지 주민보다 4배 넘게 방문하자 소음, 쓰레기 처리, 아파트 불법 임대, 부동산 가격 상승의 문제가 발생했다. ‘tourist go out' 이라는 그래피티는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다. 

연간 760만의 관광객을 맞이하며 관광공포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바르셀로나시에서는 최근 유명관광지 관람제한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보케리아 전통시장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금, 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명이상 단체여행객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도 1일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관광산업간의 균형 있는 이익을 만들기 위해 신규 호텔 건립이나 단기 임대 아파트 승인을 유예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 바로셀로나 전체로 관광객들을 분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둘째, 지역주민과 지역 관광자원의 보호대책이 사후약방문이란 것이다. 태국남부의 시밀리안국립공원(Similian National Park)의 코 다챠(Koh Tacha)섬의 경우 올해 10월 관광객들로 인한 쓰레기, 음식물, 보트에서의 매연 등이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관광객 방문을 무기한 폐쇄키로 결정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페루의 마추픽추는 유네스코의 ‘위험경고’ 메시지를 받고서도 안이한 태도를 보이다 2014년 120만명의 관광객이 잉카 성채(citadel)를 방문함에 따라 하루 수용인원을 2500명으로 제한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은 가이드를 동반해야 하며, 탐방로 병목현상 방지를 위한 탐방시간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윌리엄 왕세자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동아프리카 해안의 세이쉘 지역(Seychelles)은 거주민의 6배에 달하는25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부정적인 상황들이 발생하였다. 세이쉘 문화관광부장관은 2015년 4월 뒤늦게 지역의 환경 보전을 위해 연간 방문객수 제한책을 발표하였으며, 세이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관광산업은 육성하지 않기로 천명했다. 

셋째,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사전 대책 수립이 미흡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는 숙박을 하지 않고 떠나는 관광객들이나 크루즈를 통한 방랑객(day-trippers)들에게 관광세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년 6월에 입장총량 계획을 발표한 뒤 크루즈 선을 가려서 입항시키고 있다. 

지난 15년간 크루즈 관광객이 5배나 늘어난 이탈리아 베니스의 경우 2012년부터 ‘'No Touris(관광객이 싫다)’ ‘you are not welcome' 등의 주민 피켓 시위가 시작됐다. 지난 9월에는 지역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크루즈의 접안을 방해하기 위해 작은 보트를 타고 선상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베니스 호텔산업 사양의 주 원인으로 크루즈 관광을 지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생활민원으로 인해 베니스의 인구는 지난 50년 동안 60%이상 감소했다. 

남극지역(Antarctica)의 경우 2009년 남극조약 비준을 통해, 승인국의 허락이 없으면 5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 선의 동시 입항 및 100명이상의 승객 입항을 금지하였다. 해안에서의 각종 활동 및 연안에서의 해상 레저스포츠 활동 역시 엄격하게 모니터링 되고 있어 방문관광객은 출입이 허가된 지역만을 조심스럽게 방문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잘나가는 관광지들도 있다.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이다. 2015년 전년대비 76%이상의 관광객이 증가하고, 2017년 거주민보다 더 많은 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아이슬란드 관광청은 주요 관광지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정 관광객 집중 지역을 방문하는데 따른 수용태세 마련만이 환대(hospitality) 정책이 아니라는 인식하에 적당한 세금 징수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부탄의 관광정책은 관광산업 육성 초기부터 적은 양, 높은 가치(low volume, high-value)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외국인 관광객(인도, 말리브, 방글라데시 제외)은 부탄 정부로부터 비자를 발급받고 관광프로그램을 사전에 구입해야 방문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숙박, 식사, 가이드, 교통 비용 등에서 비롯된 관광수입은 교육, 건강, 빈곤자 부양 등 복지예산에 환원되도록 세금부과 활용방안이 탄탄히 마련되어 있다.
  
제주, 아니 한국관광의 위기는 급증하는 중국인 단체관광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관광산업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기본적인 철학이 확립돼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관광객이 늘고 관광객 지출이 늘어나는 양적인 가치를 목표로 삼으면 관광지화에 따른 이득을 지역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가 없다. 평화의 섬 제주를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제물로 삼을 순 없다. 지금이라도 제주도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관광 정책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김소은 (사)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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