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나무] ②모두베기시 수십만그루 새로 심어야...파쇄목은 처리난 ‘곳곳이 무덤’
제주도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위해 감염목 주변의 멀쩡한 소나무까지 잘라내는 이른바 ‘모두베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생태계 훼손 논란으로 도입 철회를 결정한지 1년만에 다시 모두베기 사업이 등장하면서 제주 숲 지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제주의소리>가 소나무재선충병 본격적인 제4차 방제작업에 앞서 사상 첫 모두베기 도입의 배경과 문제점을 두차례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1500억 써도 못잡은 소나무재선충병 1년만에 모두베기 ‘만지작’
2. 제주 숲지도 변화 불가피 ‘파쇄목 처리-수종갱신’ 등 현안 산적
발길을 좀 더 안쪽으로 옮기면 오른쪽에서는 ‘쾅쾅’ 거리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윙윙’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올레길을 따라 약 400m 정도 걸어가면 일명 벌러진동산을 왼쪽으로 끼고 우측에 수풀이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 곳곳에 소나무들이 즐비하지만 일부는 고사가 진행중이었다.
소나무 주변으로는 곶자왈 식생이 뚜렷했다. 이곳은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인 선흘곶자왈의 끝자리에 위치한 곳이다. 곶자왈은 숲(곶)이나 덤불(자왈)을 포함하는 식생지대를 뜻한다.
도내 환경단체가 이곳 주변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토석채취사업으로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곳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는 ‘2016년도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을 수립하면서 이 지역 73.82ha를 소나무재선충병 ‘모두베기’ 후보지로 올려놨다.
나무를 모두 베어내도 수종갱신에 따른 나무 식재도 걱정거리다. 곶자왈의 경우 토양에 따른 식생이 특이해 환경단체에서는 인공이 아닌 천연갱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문제가 불거지자 ‘2016년도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을 맡은 연구진은 해당지역을 모두베기 대상지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2013년 소나무재선충병 1차방제 이후 2015년까지 3차방제 기간 소나무가 제거된 지역에 총 31억원을 투입해 35만7500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다.
올해도 16억6300만원을 들여 172ha에 수종갱신에 따른 식재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간 양묘협회에 위탁해 3년 전부터 상수리와 황칠, 느티나무 등을 확보해 놓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숲이 미칠 환경적 변화와 어울림이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서 소나무를 잘라낸 자리에 원칙없는 나무 심기가 이뤄져 환경단체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모두베기 수량이 정해져야 대체조림에 대한 규모도 정해지는 것”이라며 “제주도의 계획대로 적정한 수종갱신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도는 올해 첫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면서 대체조림 사업비로 16억63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소구역 모두베기 도입 이전인 2014년 15억77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연구진이 제시한 모두베기 후보지 면적은 9곳 210.8ha, 소구역모두베기 대상지는 23곳 499.5ha에 이른다. 이는 제주시 건입동 전체 면적 253ha의 갑절에 해당하는 규모다.
막대한 양을 베어내면서 발생하는 파쇄목 처리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물량 처리도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베기로 처리목이 늘어날 경우 제주 곳곳에 나무 무덤이 등장할 수 있다.
실제 제주시 한천 진입로와 병문천 주변에는 지난해 파쇄한 나무가 처리되지 못한채 방치돼 있다. 비바람에 품질도 떨어져 우드칩으로 사용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업체마다 열병합발전과 합판제조 등 사용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물량 소화에 애를 먹고 있다. 다른 지역에 팔아 수익을 올리려 해도 재선충병 감염 우려 문제로 어려운 상황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연구한 정상배 박사는 “제주도가 베어낸 나무를 민간에 맡기고 후속 관리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파쇄목 처리에 대한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사목의 안정적인 처리를 목적으로 민간업체와 2018년까지 고사목 파쇄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며 “현재로서는 파쇄업체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업체에서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소각까지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별 파쇄 업체를 달리해 정상적인 처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