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 "제주 식생·환경 무시한 테마파크 용역...차라리 그냥 둬라"

국가정원.png
▲ 제주연구원이 11일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세계적인 습지로 보호받고 있는 제주 물영아리 오름 일대를 국가정원으로 만들기 위한 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하지만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은 사실상 '테마파크 용역'에 가까울 만큼 엉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는 11일 오후 2시 제2청사에서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은 제주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가정원은 국가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으로, 정원산업 추진을 위한 각종 사업과 이와 관련된 국가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이다. 

국가정원은 총 면적이 30만㎡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역사적·향토적·지리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산림청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30만㎡ 미만인 경우에도 지정이 가능하다.

국가정원3.png
▲ 제주연구원이 11일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또한 정원의 총면적 중 원형보전지, 조성녹지, 호수 및 하천 등 녹지면적이 40% 이상, 전통·문화·식물 등 서로 다른 주제별로 조성한 정원이 5종 이상이어야 한다. 

물영아리 오름 일대는 총 면적이 170만9277㎡로 임야(87.71%)가 대부분이며, 목장지가 12.29%를 차지한다. 170만㎡ 대상지 전체가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다.

생태자연도도 1등급이 29.54%, 2등급 29.52%, 3등급 22.79%로 대부분 보호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물영아리 오름은 제주 최초 람사르습지로 보호받고 있는 습지이다. 

국가정원2.png
▲ 제주연구원이 11일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문제는 용역진이 내놓은 제주국가정원 조성 대안들이 황당하다는 데 있다. 

제1대안은 계획 목표를 '한국 제1의 대나무 테마정원'으로 정했다. 국내 유일한 대나무 테마정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10만㎡ 규모의 대나무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용역진은 연간 강수량이 1500~2000mm에 이르는 습지이자 난대기후로 물영아리 오름 일대가 대나무 생육의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18종의 대나무를 먹고사는 중국의 국보급 동물인 팬더곰 랜드를 조성하자는 계획을 내놓았다. 

30만㎡에 이르는 4계절 플라워가든에는 댑싸리, 코키아, 네모필라 등의 식물원을 조성하는 계획도 제안했다.

제1대안이 엉뚱한 것은 물영아리 오름 일대가 대규모 대나무 자생지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4계절 플라워가든에 심어지는 식물들도 제주의 자생식물이 아니다. 전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외래종 식물이다.

대나무 품종 연구를 위해 연구소, 대나무 박물관, 정원 내부를 순환할 수 있는 순환열차도 도입시설에 포함됐다.

국가정원1.png
▲ 제주연구원이 11일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제2대안은 국가정원 보다는 차라리 '테마파크'에 가깝다. 물론 곶자왈 생태정원과 목장정원, 올레정원 등 제주에 맞는 것도 제안됐다.

생태1등급 보호지역이자 람사르보호습지인 물영아리 오름 정상까지 리프트와 루지 를 설치하겠다는 납득하기 힘든 계획을 내놓았다. 용역진은 여기에 '현명한 이용'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아울러 물영아리 오름 둘레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30만㎡에 라벤더 정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용역진은 1대안과 관련, 전국 유일의 대나무원을 가진 국가정원을 테마로 물영아리오름(절대보전)+정원조성구역+4시즌 플라워가든으로 크게 나눴고, 순환열차까지 총 1960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안 2는 제주문화를 간직한 국가정원을 테마로 물영아리오름(현명한 이용)+정원조성구역(제주테마정원)+라벤더원 3가지 구역으로 나누고, 루지와 리프트, 모노레일까지 총 13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용역진은 올해 말까지 국가정원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2단계로 내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실시설계 및 개발사업시행승인, 3단계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공사를 진행해 4단계인 2024년 1월 제주국가정원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안 1과 대안 2 모두 제주 환경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형 국가정원'을 추진할 바에는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간보고회에 참석했던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런 식의 국가정원이라면 차라리 물영아리오름 자체를 그대로 놔두는 게 낫다"며 "제주식생과 환경,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가정원"이라고 비판했다.

용역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용역팀에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제주 환경과 전혀 무관한 용역 중간보고회는 의미가 없다"며 "중간보고회를 다시 개최할 계획이며, 기본 콘셉트부터 전면 수정할 것을 제주연구원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