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칠레산 포도수입, 감귤 조수입 1천억 이상 감소"

한·칠레 FTA 국회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칠레산 포도수입으로 제주산 감귤이 직격탄을 맞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해 제주농업이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이후 또 한 차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전농제주도연맹에서는 칠레산 포도가 수입될 경우 제주산 감귤의 조수입이 최소 1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제주농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16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 한·칠레 FTA 협정은 양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마쳤다는 문서를 교환한 후 30일 이후 효력이 발동하게 돼 있으며, 양국은 올 상반기까지는 협정을 발효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하반기부터는 제주농업이 한·칠레 FTA 협정 체제 하에 들어가게 된다.

한·칠레 양국은 우리나라의 주산물인 쌀과 사과 배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반면, 감귤은 도하아젠다개발발(DDA) 협상이후에 관세 철폐시기를 논의하기로 해 제주감귤은 정부의 보호장막이 한 꺼풀 벗겨진 상황이다.

칠레산 감귤과 오렌지는 8400ha에 10만여톤이 생산되며, 이중 수출물량은 1만5000톤 수준에 불과하고, 또 수입된다 하더라도 관세가 부과돼 국내 가격보다 1.3∼1.5배가 높아 이로 인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값싼 칠레산 포도가 대량 수입되면서 감귤가격 '동반하락'과 '소비둔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칠레는 전세계 포도시장의 24%를 차지하는 최대 강국이다.

한국과 칠레 양국이 합의한 시장접근 양허안은 국내에서 포도가 생산되는 5월부터 10월까지만 현행대로 양허관세율을 부과하고, 11월부터 4월까지는 이보다 낮은 45.5%의 계절관세만을 부과하도록 하며 그나마 계절관세도 10년동안 균등 철폐해야 한다.

때문에 칠레산 포도수입은 계절관세가 부과되는 11월부터 4월 사이에 집중될 것이라는 게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제주산 노지감귤과 하우스감귤, 한라봉 등이 집중 출하되는 시기여서 제주산 감귤이 값싼 칠레산 포도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값싼 칠레산 포도가 대량 수입될 경우 국내산 과일가격이 어쩔 수 없이 동반하락하고, 여기에다 소비자 시장이 수입포도로 옮겨가면서 소비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민단체와 농업 전문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협정 체결이후 값싼 오렌지가 수입되면서 감귤가격이 매해마다 폭락하고 있는 현실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제주산 감귤의 조수입은 1996년 6079억원을 최고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1998년 5158억원, 1999년 3257억원, 2000년 3708억원, 2001년 3617억원, 그리고 2002년에는 3165억원으로 6년사이에 감귤 조수입이 절반가까이 줄었다.

여기에는 감귤의 생산량 증가에다 배와 단감, 시설딸기, 참외 등 여타 과일의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감귤에 대한 소비가 감소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수입오렌지로 인한 감귤의 대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지난 1997년 2만7832톤 수입에 그쳤던 수입오렌지는 2001년에는 9만2483톤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2만7200톤이 수입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농제주도연맹 조천농민회 김택철 사무국장은 "최고 6000억원까지 달했던 감귤 조수입이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협정체결로 오렌지가 수입되면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한·칠레 FTA 협정체결로 최소 1000억원 이상 조수입이 또다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택철 사무국장은 "제주도 당국은 재배면적 축소를 위해 폐원을 추진중이나 대체작물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폐원을 추진할 경우 감귤에 이어 채소류까지 도산하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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