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국회비준] 분노와 눈물로 뒤범벅된 농성현장

16일 오후3시30분.
전농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원 20여명이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당사는 국회가 한·칠레 FTA 국회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회원들이 쏟아내는 분노와 눈물이 순식간에 뒤범벅이 됐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일부 회원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4.15총선때 두고보자,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분노의 농심을 뿜어냈으며, 일부 여성 회원들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 말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반대 투쟁을 벌여왔던 지난 2년이 처절했던 싸움이 정치권의 논리에 밀려 끝내 수포로 돌아가자 이날 농성에 참여했던 20여명의 농민회원들은 애써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창가에 비친 먼 하늘만 바라봤다.

한동안 말을 잊었던 농민회원들은 "동지들 힘을 냅시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습니다. 자리를 정리합시다"란 한 회원 소리에 '농민가'를 힘차게 부르며 대열을 정리했다.

이어 전농제주도연맹 이태권 의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성명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아! 슬프고 원통하다. 지난 2년여 동안 그토록 안된다고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은 절대 안된다고 때로는 서울에서 때로는 지역에서 높으신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사정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결국 오늘 이렇게 너무도 가슴 아프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이 16대 국회에서 처리되고 말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의 목소리로 성명을 읽어 내려가던 이태권 의장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 의장은 "한국농업의 존망과 400만 농민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를 얼토당토않은 '국익'이라는 '국가 신인도 추락'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대하는 국회를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국회이며 어느 나라의 국회인가를 우리는 다시 한번 묻지 많을 수 없다"며 정치권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이태권 의장은 "농민들이 처절한 목숨을 바치며 지켜내고자 했던 한국 농업과 식량주권을 싸그리 팔아먹은 16대 국회는 더이상 우리의 국회가 아님이 오늘 다시금 증명됐다"면서 "오늘 국회에서 한·칠레 FTA 국회비준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민족농업을 팔아먹은 매국노로 규정할 것이고, 이에 동조한 모든 세력들은 반농업단체와 인사로 규정해 역사적인 심판을 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태권 의장은 이어 "과거 민족과 나라를 팔아먹고 배신한 자는 역사가 심판해 왔으며, 그 집안은 대대로 매국노의 집안으로 후세에 알려지면서 민족의 이름으로 심판돼 왔다"면서 "지금의 16대 국회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앞장섰던 국회의원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권 의장은 특히 "말뿐인 심판이 아니라, 이제까지 그저 믿고 순박하게 다시 한번 표를 주었던 우리 농민들이 아니라, 당신들을 여의도로 보내주었던 그 소중한 한 표로서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부터 심판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FTA 찬성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일부 여성농민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고, 남성 회원들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여성농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농민회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나라당 도지부를 빠져 나와 전농제주도연맹 사무실로 향했다. 내일의 투쟁을 준비하면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