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딴에는 나도 한동안
제주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소위 육지 것들 중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김영갑 그이를 알고 나서부터
그이의 불같은 사랑 앞에
주눅이 들어 이런 말을 접었다.

내가 하는 사랑은
그저 제주의 껍데기를 사랑한 것이었고

내가 주는 사랑은
그저 적당하게 내게 편리한 만큼의 사랑을 제주에 준
것 뿐 이었다.

누구처럼
자기의 청춘을 바쳐
자기의 삶을 희생하며
자기의 생명을 태워
혼신의 사랑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감히
그이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의 서평을 쓰겠다고 나선 것도

그이의 그런 사랑이

그이에 대한 소문에
그이가 찍었다는 사진 속에
그가 쓴 글에서

묻어나
그 사랑의 향기를 나도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이의 지순한 제주 사랑의 마음을 그 속에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이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제주의 땅 내음을 매일 맡고
바람과 안개속에 깃든 제주의 기운을 느끼며
제주의 공기를 매 순간 호흡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 그이는
말할 힘도
걸어 다닐 힘도
셔트를 누를 힘도 없어

아스라이 보이는 제주의 오름과
눈덮힌 한라산을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벗은 가지와
나부끼는 초원의 갈대 잎을

아늑한 제주만의 올래 돌담이며
넉넉한 제주 사람의 인정어린 얼굴들을

그저
눈으로 찍어
자신의 마음속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지만

그이는 초인처럼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세상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마치
그이의 힘에 겨운 사랑이
꺼져가는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이어가고 있기나 한 것처럼

지금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제주 땅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움로 인해
자신의 영혼이 누릴 평화는
이미 다 누렸기에
지금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지만

어느 날 아침 신문에
혹시 이런 기사가 실릴 수는
없는 것일까.

혼자 꿈같은 생각을 해본다.

"기적같이 불치의 루게릭 병을 이긴
김영갑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김영갑"
그이를 만나러 두모악엘 가야겠다.

- 김영갑 홈페이지 바로가기 -

(홍성직님은 외과의사이며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 직을 맡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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