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가석방축하·신년하례회에 김 지사 전격 방문 축하
전현직 정관계 인사 250여명 참여…”정치적 해석 말라” 경계

 

▲ 신구범 전 지사
▲ 김태환 지사
김태환 제주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가 “우리는 하나로!”를 외치며 러브샷을 했다. 김 지사는 옥고를 치른 신 전 지사에게 “고생하셨다”는 뜻을, 신 전 지사는 불출마 결단을 내린 김 지사에게 ‘대단한 결정을 내리셨다’는 이심전심을 전했다.

모임 며칠 전부터 이 모임이 지방정가에선 비상한 관심을 받아온 데다가, 하루 전날 ‘불출마 선언’으로 제주정가에 메가톤급 충격을 몰고 온 두 전현직 지사의 ‘의기투합(?)에 정치권에선 '화들짝' 놀란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냈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제발 정치적 해석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1월29일 가석방된 신구범 전 지사를 축하하기 위해 18일 저녁 제주시 모 식당에서 열린 이른바‘신구범 사람들’의 신년하례회에 바로 하루 전 날 6.2 도지사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환 지사가 예정에 없이 참석해 두 전현직 지사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또 지방선거에 이미 출사표를 던진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김경택 전 JDC 이사장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모임은 신 전 지사 입장에서는 그 동안 자신을 걱정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또지인들은 가석방을 축하기 위해 개별적인 자리를 가지려는 과정에서, 아예 공개적으로 한꺼번에 만나 버리는 게 번거롭지 않고 있을지도 모를 오해도 피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마련됐다는 게 이 자리를 주선한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 29일 가석방된 신구범 전 지사를 축하하기 위한 이른바 '신구범 사람들'의 신년하례회가 18일 저녁 제주시 모 식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바로 전날 6.2 도지사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환 지사가 예정에 없이 참석해 두 전현직 지사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모임 성격상 이른바 ‘신구범 사람들’로 불리는 현직 지사시절 함께 했던 도청 간부 공무원과 정책특보팀, 또 두 차례 선거를 도왔던 캠프 관계자 대부분이 참석했다.

신 전 지사는 부인 김시자씨, 장남 용인 변호사와 함께 나왔다. 도지사 재임을 함께 했던 강지순 문태수 김승석 전 정무부지사, 고상윤 김성흡 고계추 전 국장과 김종기 전 감사실장, 그리고 고상윤 전 국장과 함께 3K로 불렸던 강석정 전 총무과장 구성지 현 도의회 부의장, 정책특보팀을 이끌었던 송재호 제주대 교수와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박사, 그리고 현직에서는 강택상 제주시장 박영부 서귀포시장, 박승봉 제주시부시장도 얼굴을 비쳤다. 이재현 전 도의원과 김완근 도의원도 참석했다고 다수의 인사들은 전했다. 주최측은 대략 180명 정도에게 전화를 했으나, 250명 가량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이날 모임이 자칫 정치적으로 오해되는 걸 막자는 취지에서 현실 정치와 관련된 인사는 초청하지 않기로 했지만, 김용하 도의회 의장과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그리고 악수만 나눈 후 자리를 떠난 김경택 전 JDC 이사장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제주정가의 거물이자. 또 시절이 시절임을 의식한 듯 모임의 사회를 맡은 김성흡 전 국장은 “오늘 이 모임은 정치적 자리가 아니다. 신구범 지사와 함께 했던 옛 식구들이 함께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오해가 절대 없기를 바란다”고 신신 당부했다.

신 전 지사는 “여러분의 도움으로 살아왔고, 또 (옥중에 있는 동안) 격려해줘서 고맙다. 늘 상 빚만 져서 미안하다”면서 “고향에 와서 이제 한 식구처럼 사이 좋고 재미있게 오손도손 살아가자”고 평이한 덕담과 함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아직 가석방 상태여서 활동을 자제할 수 밖에 업다. 자주 찾아 뵙지 못해도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클라이맥스는 모임이 시작된 지 한 시간 가량 지난 오후8시쯤 전혀 예상치 못한 김태환 지사가 전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좌중이 술렁거렸다.

김 지사가 비록 신구범 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맡긴 했지만, 현직 지사인데다가 더구나 하루 전날 차기 도지사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여서 모임에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을 하지 못했다. 주최측도 모임을 김 지사 쪽에 알리지 않았다.

신 전 지사와 함께 나란히 앉은 김 지사는 “신 지사께서 고향에 오게 돼서 너무나 좋다. 앞으로도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그리고 건배사로 “우리는 하나로~”란 구호를 외쳤고, 신 전지사도 일어서서 다정하게 러브샷을 나눠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 2006년 5월, 김태환 지사가 5.31 도지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한 퇴임식에서 축사를 하러온 신구범 전 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 인사는 “전직 지사의 가석방을 축하하는 자리에 현직 지사가 함께 했다는 게 대단한 일 아니나”면서 “특히 전날 ‘불출마’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김 지사가 직접 왔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시기적으로 예민한 시점이란 점은 이해하지만, (불출마 선언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또 이런 모임까지 정치적 안경을 쓰고 보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면서 “친한 사람들끼리 오래간만에 만나 식사하고 술 한잔 건넨 자리를 놓고 제발 이러쿵저러쿵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 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도 “나 역시 신 지사 재임시절 경제국장으로 함께 일했던 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갔지 전혀 정치적으로 해석될 일은 아니”라면서 “고항에 살면서 인생의 선배를 대우하고, 후배를 격려하는, 서로 덕남을 건네는 그런 기분 좋고 화기애애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을 극히 경계하는 참석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날 모임이 이른바 신구범 사람들의 모임인데다가, 하루 전날인 17일 김태환 지사의 전격적으로 불출마선언으로 지방정치권이 요동치는 한 복판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이날 하루 종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끈 행사였다.

신구범-김태환은 전현직 지사이자, 도지사-행정부지사란 관계뿐만 아니라, 2006년 2월 김태환 지사가 한나라당에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설 당시 신구범 전 지사가 나서 김 지사의 '탈당 불가피론'을 역설하고, 퇴임식에도 직접 참석해 김 지사를 옹호하는 지원사격을 해 줬다. 또 김 지사도 신 전 지사 수감생활할 때 몇 차례 특별면회를 통해 신 전 지사를 위로하면서 서로 좋은 감정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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