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제주출신 뮤지컬배우 서지영씨

“저, 뮤지컬과 결혼한 거 아니에요. 제 일을 이해해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지난 12·13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친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에서 열연한 제주출신 뮤지컬배우 서지영씨(36).

서지영씨를 만나 그녀의 뮤지컬 인생을 들어보았다.

▲ 제주 찾은 뮤지컬배우 서지영씨. 서씨는 지난 12·13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블러드 브라더스'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15일 뮤지컬 '겜블러' 홍보차 일본으로 향했다.ⓒ제주의소리
-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대학시절이었다.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뮤지컬이 하고 싶어 91년도에 극단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 됐다. 처음 들어간 극단은 연극극단으로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러다 93년에 창작뮤지컬을 주로 하는 극단 맥토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다.

- 이번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오디션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선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블러드 브라더스’는 초연의 연출을 맡았던 연출가(글렌 웰포드)가 직접 내한해 오디션을 가졌는데 한국의 오디션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먼저 춤을 춰보라고 한다. 춤을 못 추면 그걸로 끝인데 춤 다음으로 노래 실력을 보고 그 다음이 연기력이다. 이번 오디션을 보는데 어린 배우들은 오디션장에서 그냥 놀아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 중에서 캐스팅을 했다. 주연급 배우의 경우에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다시 희망을 갖는 어머니의 노래로 오디션을 봤다. 이번 뮤지컬의 존스톤 부인은 배우의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여배우라면 탐내할 만한 역할이어서 많은 지원자가 오디션에 지원했다.

   
- 존스톤 부인 역할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작품이 영국작품인데다 영국의 한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정서와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보듬고 감싸지만 존스톤 부인은 아이들을 거칠고 강하게 키우는 강직한 어머니이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참고 견디며 희망을 꿈꾸는, 한국의 어머니라면 감정을 폭발시켜 슬픔을 표현하고 울어야하지만 존스톤 부인은 슬픔을 억누르고 감정을 절제한다. 그러한 연기가 조금 힘들었고 관객들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국 정서상 실컷 울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그래서 지방공연에서는 그런 정서를 조금 더 살려 슬픔을 더 드러냈다.

- 제주에서의 공연은 처음인지.
뮤지컬을 시작하고 나서 제주에서 공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이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대중적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종류의 라이브 무대가 갖는 매력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도 마찬가지이다. 관객이 무대에 몰입하고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반응에 또다시 반응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뮤지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같은 공간에서 관객과 배우가 같이 할 수 있어 관객들이 갖는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 같다.

- 미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작년까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의 특성상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지만 배우라는 특성상 사람들이 이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여자 배우인 경우는 더욱 그런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배우끼리 내지는 여배우와 스텝간 결혼이 많다. 배우를 너무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종종 뮤지컬과 결혼했다고 하는데 아니다. 그런 소리 때문에 결혼을 못한 건가?(웃음) 나의 일을 이해해 주고 적극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
20대 시절에는 조급함이 많고 욕심도 많았다. 고집도 세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짜증을 종종 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수그러드는 것 같다. 일단 욕심을 조금 줄이니까 조급함이 없어져 여유로워지고 많이 침착해 졌다. 이런 것으로 봐서 결혼을 늦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다른 것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욕심으로 나를 다듬어가고 싶다.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역할은.
항상 에너지 넘치고 변화무쌍한 복합적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작품 속에서 고정된 성격을 갖는 캐릭터가 아니라 변화가 많은 캐릭터.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소속사가 있으면 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외부 오디션을 보기가 힘이 들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현재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지만 후배양성에 노력하고 싶다. 무대에서 내가 깨우친 노하우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무대에는 내게 역할만 주어진다면 언제까지라도 서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겠지만 설 수 있는 한은 끝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 긴장감과 에너지를 갖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뮤지컬이 부담 없고 보고 싶은 무대예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젊은층만이 아닌 중·장년층들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돼야 한다.

   
- 뮤지컬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중앙에서는 뮤지컬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뮤지컬배우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너무 성급하게 덤벼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뮤지컬은 ‘내가 노래도 좀 하고 춤도 좀 추는데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쉽게 시작할 분야가 아니다. 그랬다가는 상처만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내가 정말 이것을 하고 싶은가, 이것 아니면 안 되는가, 나에게 뮤지컬을 할 만한 재능은 있는갗 등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 강한 의지가 없어도 문제지만 의지만 있고 재능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뮤지컬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주에서 자주 불러줬으면 한다. 제주출신으로 항상 제주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기회가 되면 자주 서겠다.

지난 12·13일 제주문예회관에서 공연된 ‘블러드 브라더스’는 가난한 여인의 아들로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운명적으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서지영씨는 작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쌍둥이의 어머니 존스톤 부인을 연기했다.

서지영씨는 영화배우 겸 탤런트인 서태화씨와는 친남매 사이이고 현재 그녀의 부모는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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