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평론가 양윤모 “역사성과 작품성, 미학을 모두 담고 있다”

▲ 제주출신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끝나지 않은 세월은 제주도민이 손으로 만든 자주적인 전세계 최초의 4.3 영화라고 의미를 부였다.
“‘끝나지 않은 세월’은 제주도 최초의 자주적인 독립영화이자 제주4.3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외부의 힘으로는 안됩니다. 오직 제주도민의 자부심만이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도민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11일 출범한 ‘끝나지 않는 세월’을 사랑하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제주출신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제주도민들의 힘으로 최초로 만드는 4.3극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이 그 어느 영화도 담아낼 수 없는 제주의 풍광과 역사성, 작품의 미학 등이 모두 담겨져 있는 세계 단 하나뿐인 영화로 도민들이 이 영화를 반드시 국내 개봉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윤모 평론가는 이날 발기인 모임이 끝난 후 18분 가량의 ‘끝나지 않은 세월’ 기술 시사회를 보고난 후 이 영화에 대한 성공가능성을 자신했다.

- 김경률 감독이 만드는 ‘끝나지 않는 세월’에 대한 느낌을 말해 달라.
“고향을 떠나서 영화에 종사한지 30년이 됐다. 고향에서 부름을 주셔서 당연히 달려와야 하지만 그동안 고향을 향해 운명을 같이 못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김경률 감독은 개인의 살아가는 자세와, 고향에 대한 애정, 영화에 대한 열정이 순수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했다.
30년 있다 보면 숱한 사람, 꿈과 야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평론계에서는)사람을 향해서 손을 들어주는 것이지,  야망의 크기를 갖고 손을 흔들어주지 않는다. 김 감독은 제주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예술가이다. 비록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소중한 열린 귀를 갖고 있다.“

- 오늘 제주에서 만든 첫 영화의 기술 기사회를 가졌다. 어떤 기분이 드나.
“지금까지 제주영화는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 종속돼 왔다. 항상 수입된 영화를 보면서 꿈을 꾸다보니 ‘우리’를 잃어버렸다. 사투리나 우리의 생활양식을 촌스럽고 야만스럽다거나 심지어는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 영화에 도전할 수 없었다기보다는 패배감에 젖어 왔다. 그러나 김경률 감독은 패배주의를 혁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제주도 최초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영화가 시작됨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4.3영화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단 하나 최초의 영화이다.”

▲ 양윤모 평론가
- 18분짜리 밖에 안되지만 ‘끝나지 않은 세월’ 작품을 평가한다면.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영화가 갖고 있는 국제성이나 국내적 볼 때 독립영화의 소재가 굉장히 자기 주변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진중한 테마를 담았다는 게 장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작품 미학적으로 보면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시각이 아닌 우리 내부의 각성이나 성찰을 통해서 담았다는 주체적인 생각, 사투리 우리의 지방어를 자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영화의 대사는 중요하다. 사물을 이해하고 사건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사투리로 대화할 때 느끼는 감정과 표준어와 감정은 다르다. 사물을 내 것으로 만들었느냐 관찰자 입장에서 만들 것이냐에  있어 사투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화면 곳곳에 담겨 있다. 제주의 풍광을 본격적으로 담은 최초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끝나지 않은 세월’은 촬영측면에서 볼 때 로컬리티가 강하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한국에서 잘 만들었다는 상업영화 레벨에서 볼 때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화면,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돌담, 초가집, 가장 중요한 한라산의 이미지가 지금까지 어떤 관광사진과 유명작가들이 찍은 잘 찍은 사진보다 이상한 영적 에너지를 느껴진다.  로컬리티라고 할까, 토착의 풍경과 거기에 어울려서 살아가는 생활양식이 어우러지는 영화, 미학자체가 서구나 잘나가는 상업영화 주류의 패턴을 따라가는 식으로는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맛이 이 영화에 담겨져 있다.”

- 영화는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성공 가능성에 모아진다. 제주도민의 시각이 외부의 시각으로 볼 때 어떤 반응이 있겠는가.
“외부의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 작은 독립영화제에서부터 규모가 큰 영화제에서 반드시 반향이 있고 수상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해외영화제에 나가서도 제주도란 섬에서 어떤 국제적인 문제가 이뤄졌는지, 거기에는 반드시 미국이라는 세계 강대국에 의해 조정됐던 지배권력의 희생자들이 섬주민이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개인 담론으로 끼어드는 역학관계가 잘 그려져 있다. 해외에서도 새로운 숨겨져 있던 역사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영화제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역사적 전망도 획득하고 미학적 전망도 물론 획득한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 양윤모 평론가
- 독립영화란 게 그럴 수밖에 없지만 좀 투박하고 거친 맛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방식도 전투적이다. 그야말로 맨 주먹으로 만들었다. 전후 이탈리아 네오 레알리즘이 만들었던 사실주의 정신과 맞아떨어진다. 이탈리아 영화인들은 이탈리아가 파시즘 때문에 망했을 때 쓰고 남은 찌꺼기 필름을 모아서 호치끼스(스태플러)로 필름을 한 장 한 장씩 찍어서 작품을 만들었고 이게 전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거친 화면, 흔들리는 화면, 전후 이탈리아 민중들의 삶을 사실주의로 그려냈다. 우리가 잘 아는 ‘자전거 도둑’같은 경우도 아마추어 배우에 아무것도 없는 사실적인 배경 속에서 카메라 하나만 들고 감독의 눈으로 전후의 거리풍경과 아버지와 아들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길’도 같은 영화이다”

- 요즘 우리가 말하는 독립영화나 마찬가지인가.
“그때는 우리가 말하는 독립영화 정신으로 만들었다.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전화의 저편’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작품들이 전후의 모더니즘 영화를 주도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운 세트에, 팔등신 미인과 잘 생긴 남자배우. 문학적인 시나리오를 깨트리고 사실적인 생활에 밀착되는 사실을 그렸다. 이 때문에 그 이후 영화는 다양해지고 도전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 ‘끝나지 않은 세월’도 그런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가.
“한국의 독립영화는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나 바람은 많이 일고 있지만 국지적이다. 소위 말하면 아마추어리즘 영역과 끼리끼리 동지끼리 모여서 만들고 있다. 폭넓은 대중과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이제는 그 돌파시점이 왔다. 몇 가지 가능성이 보이는데 ‘마이 제너레이션(노동석 감독)’이나 ‘송환(김동원 감독’이 대중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제주도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제주도의 자본에 의해, 제주도의 이야기를, 제주도의 역량으로 드디어 자주적으로 서는 계기가 됐다. 영화사적인 측면에서도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도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갖췄다고 본다.”

- 기술 시사회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해외는 몰라도 국내 관객들이 제주 사투리를 어려워  하지 않겠나.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투리 문제는 우리 표준어로 자막을 쓰면 된다. 외국어는 어차피 영어자막을 쓰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 허리우드가 이겨내지 못하는 나라가 인도영화다. 인도는 언어가 다양하다. 대만영화가 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모든 영화의 주요한 상을 많이 받아 대만 뉴웨이브라고 불리기까지 하는데 대만 영화의 대사가 중국어가 아닌 대만 본토 사투리이다. 같은 중화권에서도 이해 못한다. 문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무엇을 그렸느냐, 어떤 감독이 만들었고 그 감독의 정신 미학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창의적인 것을 보는 것이지 언어를 보지 않는다. 언어는 번역을 통해 느낌을 받게 된다”

▲ 양윤모 평론가는 제주도민들의 자부심으로 반드시 내년 4월3일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도민들의 도움을 당부했다.
- 많은 요소를 갖췄다고 하지만 현재 제작비가 부족하다.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영화극장에 걸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화, 공적영화 35mm로 적응시켜야 한다. 독립영화 영화제작비는 5천만원이나 1억미만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극장 영화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후반작업에 돈이 더 든다. 영화진흥위의 후원을 받은 ‘마이 제너레이션’이 실제 제작비는 3천만원미만인데 극장상영 전환시스템에 6천만원이 들었다. 1인 1구좌 조냥 정신으로 협력해서 여기서 1억은 모아져야 4월3일 번듯하게 우리가 만든 세계 최초의 4.3 영화를 볼 수 있다. 오로지 도민들의 자부심으로만 가능하다. 외부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도와주기 바란다.”

- 제작비 말고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결국은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내 영화극장에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세월’을 상영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범도민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 제주도민이 만든 세계에 단 하나 밖에 밖에 없는 영화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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