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4.3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 제작비 부족 좌초 위기…범도민 후원 운동 전개

▲ 끝나지 않은 세월. 제작비 부족으로 좌초위기에 처해 있다. 끝나지 않은 세월을 여기서 끝낼 것인지, 내년 4월 3일 온 국민에게 이를 보여줄 것인지, 도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의 첫 영화이자, 제주도민들의 힘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본격적인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이 촬영 20% 만을 남겨두고 큰 시련에 봉착했다.

영화제작을 위해 마련해 둔 4000만원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 내년 4월 3일 50만 도민들에게 4.3의 진실과 한을 제주도민의 시각에서 보여줄 수 있는 ‘끝나지 않은 세월’이 상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제주최초의 영화이자, 4.3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극영화인 독립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이 첫 크랭크인에 들어간 것은 지난 7월 17일.

설문대 영상(대표 김경률)은 한국독립영화 기금 1000만원과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3000만원을 포함해 총 4000만원의 제작비로 1시간 30분 분량의 영화제작에 들어갔으나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 도민들의 도움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독립영화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만 ‘끝나지 않은 세월’은 그야말로 독립영화의 정신을 보여주는 첫 영화이자, 제주에서 영화를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메가폰을 작은 김경률 감독과 그 외 스텝진, 시나리오를 쓴 제주민요패 ‘소리왓’ 김형섭 대표는 물론 이 영화에 출연하는 주연급에서부터 조연, 보조연출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출연한 300여명의 모든 제작진들이 오직 내년 4월3일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이자, 50여년 감추어진 진신을 드러내기 위한 ‘끝나지 않은 세월’ 상영하기 위해 노 개런티로 출연했으나 4000만원의 제작비가 이제는 거의 소진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심지어 이 같은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일부 출연진들은 어렵사리 마련한 돈을 아끼느라 도시락도 스스로 준비하면서 촬영에 임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줄일 돈도 없게 된 상황이다. 

▲ 최초의 4.3 극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이 제작비 부족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11일 제작진과 후원회원들이 모여 후원 발기인 대회를 갖고 도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11일 오후2시 제주국립박물관에서  「‘끝나지 않은 세월’을 사랑하는 모임‘ 들이 발기인 대회를 가진 것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영화에 마지막 생기를 불어넣어 주자는 취지.

‘끝나지 않은 세월’이 완성돼 내년 4월 3일 우리들에게 선을 보이기 위해 필요한 추가 제작비는 대략 1억원.

남은 100분 촬영분 중 남은 20% 61씬 제작과 함께 그 이후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6000만원 가량이 소요돼 도민들의 도움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 임문철 신부는 이런 일도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사랑하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임문철 신부(중앙성당)는 인사말을 통해 “4.3운동을 하신 분들과 제주도민들은 가슴에 응어리를 안도 살아오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 신부는 “4.3이 제주도민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인데도  막상 제주도 출신이 아닌 분들과 이야기 하면 동포인데도 우리의 아픔을 너무도 모른다. 4.3이 있는 것은 알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과거의 역사가 아닌 ‘끝나지 않은 4.3’에 대해 너무도 모른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그럴 때 바다 4.3을 알려줄 수 있는 극영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소재인데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면서 ‘끝나지 않은 세월’의 갖는 중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임 신부는 “이번에 제주도민의 힘으로 극영화를 최초로 만드는데 대해서 도민 모두가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고 말한 후 “그러나 힘이 마지막에 딸린다. 제주도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마지막 8부능선을 넘어보자. 이런 일에 같이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많은 도민들이 ‘끝나지 않은 세월’에 도움을 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4.3유족회장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이성찬 4.3유족회장도 이 영화에 도민들이 마지막 생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성찬 회장은 “4.3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없고, 말 자체도 꺼낼 수 없던 어렵고 어려웠던 시기에 제일먼저 이야기한분이 문화예술자들로 그들은 소설로 연극으로, 그림으로 4.3을 알리기 시작해 오늘의 밑거름이 돼 왔다”면서 “최초 4.3극영화가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벅찬 기대와 흥분을 감출 수 없었으나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 김경률 감독은 단 돈 만원이 모아져도 내년 4월3일 반드시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이성찬 회장은 “조그마한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이 우리들의 정성이 모아지면 틀림없이 빛을 볼 수 있다. 제주도민 다 같이 정성 모을 수 있는 기회에 참여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우리의 정성이 모아져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해외에 수출해서 4.3이 전국화 세계화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영화가 개봉돼 도민 화해와 상생을 드높이고 자라나는 청년에서 평화 인권의 소중한 가치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경률 감독은 “도민들에 의해 단돈 만원만이라도 보아지만 반드시 4.3영화를 완성시키고야 말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새까만 얼굴에 너무나도 야위어버린 김 감독은 “지금까지 오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토론하고 화해하면서 이 자리에 왔다”며 “이제 마지막 20%의 힘을 받기 위해 도민들에게 다시 한번 목소리 높여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섰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내년 4월 3일 이 영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만들어 낼 것이다. 디지털로 전환되면 전국의 극장에 우리 도민의 힘으로 만든 최소의 4.3영화가 상영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도와 줬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 도민 한 사람이 만원이 아니라 천원만 모아줘도 이 영화는 분명히 극장 개봉도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기인 대회를 가진 사랑하는 모임에 참여한 인사는 120여명. 강요배(화가) 김수열(시인) 김정숙(영화평론가) 김현돈(제주도 교수) 양윤모(영화평론가) 이규배(탐라대 교수) 이성찬(4.3유족회장) 임문철(신부) 등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출연진들이 소개되고 있다. 앞에 서 있는 남자 어린이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120여명은 앞으로 한 사람이 만원씩 후원하는 후원자 2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1차는 12월말까지 후원금을 모집하고, 2005년 2월말까지 2차 후원금을 모집한다.

후원금을 낸 도민들에게는 2005년 4.3 예술제 기간에 있을 ‘끝나지 않은 세월’ 시사권을 증정하고, 영화 엔딩크레딧에 후원하신 분의 이름이 한자 한 자씩 새겨지게 된다.

제주도는 설문대 영상이 지원요청한 제작비 5000만원 중 올해 예산으로 3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모 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 ‘올인’에는 1억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올인은 대박을 터트려 섭지코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태풍으로 올인 세트장이 무너지자 남제주군은 마치 ‘제주관광 상품’이 무너져버린 것처럼 세트장 복원에 5억원을 투입했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50만 도민의 한이 서려있는 4.3. 이 4.3 영하가 과연 ‘올인’보다 못한 것일까. ‘끝나지 않은 세월’을 보면서 제주4.3은 한반도가 아닌, 이 땅 제주에서 조차 계속 진행되고 있는 끝나지 않는 세월임을 보여주고 있다.

끝나지 않은 세월 후원금 계좌 안내
농협 953-12-478423(임문철)
제주은행 01-02-515472(임문철)
담당자 문의 : 019-4440-7039(고혁진)

계좌에 임금하신 분은 홈페이지(www.sewallmovie.com)에 주소를 적어주면 된다. 

▲ 지난 7월 17일 조천읍 와흘리 동굴 앞에서 첫 크랭크인을 가졌을 당시 김경률 대표가 4.3 원혼들을 향해 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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