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여자해병 출신 문인순씨 첫 시집 '짧고도 긴 새월' 발간

▲ 73살의 노령에 첫 시집 발간한 문인순씨.ⓒ제주의소리
“나는 웃기는 여자예요!”

스스로 자신을 ‘웃기는 여자’라고 표현하는 문인순씨(73·제주시 용담2동).

“시를 쓸 때는 그 감정에 푹 빠져서 쓰다가도 뒤돌아서면 방금 내가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안 나니 나는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여자인 것 같아”라며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문인순씨는 올해 73살의 나이로 첫 시집을 냈다.

특별히 시를 쓰겠다고 다짐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았던 그녀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다.

순간순간 시상이 떠오르면 공책이든 폐지든 구분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시 한편을 써 낸다는 그녀.

그녀에게 시는 문학활동이 아닌 생활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려서부터도 항상 활동적이고 끊임없이 열정을 발산하는 아이였던 문인순씨를 초등학교 은사님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마음에 무엇인가를 품고 살면 안돼.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발산하며 살아야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거야”

끊임없이 마음속의 열정을 발산하며 사는 그녀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해병이라는 명함도 갖고 있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17살, 제주는 4.3사건의 휴우증으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해병대에 지원 입대했다.

군대 생활 덕분에 지금도 바른 몸가짐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었다는 문씨는 지난해 사고로 허리를 다치기 전까지 한국전쟁 참전 해병4기 여군전우회 등에서 7년동안 봉사활동도 해 왔다.

허리를 크게 다쳐 1년여의 투병생활을 하면서 ‘이대로 내가 가만히 누워 있으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시 몇 편을 추려 문예지 ‘서울문학’에 작품을 발표,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 후 병세도 호전되고 50여년 넘게 시를 쓰면서 가졌던 느낌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시집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한다.

▲ 그녀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는 열혈여성이다.ⓒ제주의소리
‘짧고도 긴 세월’(대한·7000원). 시집 제목만큼이나 그녀가 시를 써온 세월은 짧고도 길었다. 시가 생활이 된 그녀가 그동안 써온 시를 모두 모으면 앞으로 4~5권의 시집을 발간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양이다.

서귀포 앞 바다
푸른 바다 바라보며
내님은 말을 했지
예쁜 시를 써 주겠다고

▲ 문인순씨 시집 '짧고도 긴 세월'.ⓒ제주의소리
자구리 소나무 아래서
나에게 속삭인 말이
소나무도 들었고
파도소리도 들었다
모든 것 다 잊혀졌다해도
그 예쁜 시 써주기
기다려지네

약속이나 말것이지
그 약속 기다리며
오늘 그 소나무
얼마나 컸을까
눈에 송송 그려본다
오늘도 예쁜 시 기다리며
먼산을 바라본다.

- 자구리 바닷가 소나무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던 시절, 예쁜 시를 써주겠다고 약속했던 남편은 지금 곁에 없다. 2년전 자신을 떠난 남편의 옛 약속을 기억하며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간다.

▲ 죽는 날까지 독도 지키기에 힘쓰겠다는 문인순씨.ⓒ제주의소리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 했던가? 영원한 시인이고 싶은 문인순씨.

“멈추고 싶지 않다. 무엇이든 멈추면 썩는다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안일하게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시작한 서예에 열심이고 2001년 가입한 독도수호대 활동에도 열심이다.

“젊은이들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독도의 실상을 잘 모른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독도를 알리고 죽는 날까지 독도 지키기에 매진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을 들으며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는 어렵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면 그것이 바로 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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