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희망나눔] 뇌경색으로 4개월째 의식없는 스무살 청년 철호군

제주의소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공동사업으로 함께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이웃사랑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을 진행합니다. 제주의소리는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사례나 미담을 발굴, 기획 '사랑나눔 희망나눔'으로 보도, 좀더 많은 이들이 사랑과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뇌경색으로 4개월째 의식을 잃고 있는 철호(가명)군의 사연입니다. [편집자 주]

"이제 겨우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는데…"

20살 철호(가명)가 의식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며 아버지 K씨(서귀포시)는 애써 다잡았던 마음이 다시 허물어지는 것을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축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대학에 진학해 레저스포츠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건강하던 아들이 처음 두통을 호소했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 줄 K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단순한 스트레스성 두통인줄만 알았는데…"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 하루하루 여위어 가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아픔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

고3이었던 철호가 막바지 수능준비를 하던 지난 2006년 9월, 계속되는 두통을 호소하는 아들을 데리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제주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가 보라는 권유만을 했고 이에 따라 제주시내에 있는 H종합병원을 찾았다.

혈관염 진단을 받은 철호는 2주간 약물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다시 10월에 재입원, 치료를 계속하던 중에 뇌경색이 발생해 응급수술을 하게 됐다.

2006년 10월 19일. 아버지는 이 날을 지울 수가 없다.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하는 철호를 보고 아버지 K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4년전 1남1녀의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정이었던 철호네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고 이는 가정불화로 이어졌다.

철호는 아버지와, 여동생은 어머니와 따로 생활하게 되었고 서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철호는 큰 내색하지 않고 잘 지내줬다. 그게 고맙고 미안하다. 철호가 이렇게 된 것이 내 탓만 같다"는 아버지 K씨는 "철호가 발병하기 직전, 아들이 장래에 대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남자 대 남자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철호가 의식을 잃은 후 아버지 K씨는 오로지 철호의 회복을 위해 옆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의식이 없는 철호를 위해서는 2시간에 한번씩 소변통을 비워주어야 하고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자꾸 자세를 바꾸어주어야 하는 등 끊임없는 손길이 필요하다.

그래서 종일 철호 곁을 지키는 아버지이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호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 것도 큰 걱정이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걱정.

사업실패로 생긴 부채도 남아있는 형편인데다 누워 있는 철호를 두고 일을 할 형편도 못 되는 것. 소득은 없지만 병원비 등 지출은 끊임없이 생기고….

"딸 아이와 함께 지내는 아내도 형편이 넉넉치 않아 철호를 보러 병원은 오지만 옆에서 병수발을 들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며 "그렇다고 내가 12시간에 4만원씩 하는 간병인을 두면서 일을 할 형편도 아니고…."

의식이 없는 철호는 튜브를 이용한 경관급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환자용 영양식인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적 부담도 크다.

"같은 병실의 한 한 환자는 환자용 영양식 뿐 아니라 사골이다 뭐다, 몸에 좋다는 것을 마련해 공급하고 있어서 몸이 좋은데 우리 철호는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있어 나날이 야위어 간다"며 "키도 훤칠하고 체중도 80kg까지 나갔던 아이인데 지금은 60kg도 안 되는 것 같다"고.

K씨는 자신이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

아들 또래들이 모두 대입을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전날인 지난해 11월15일 밤은 더욱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K씨는 철호가 깨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일 뿐이라고 희망을 갖는다.

"휠체어를 태우고 산책을 하는 것이 자극이 되어 의식이 없던 환자들이 깨어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러려면 특수휠체어가 필요한데 같은 병실을 쓰는 다른 환자들이 사용하는 휠체어라도 빌려서 철호를 산책시킬 생각"이라고.

철호에게 전용 휠체어를 마련해 주고 싶기도 하지만 철호와 같이 의식 없는 환자들은 침대형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8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는 특수휠체어를 마련해 주기에는 지금 형편이 너무 좋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긴급의료비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보험혜택이 되지 않는 부수적인 비용이 많은 데다 철호가 사용하는 소모품비만도 한달에 최소 30만원이상 필요하기 때문.

수입이 전무한 아버지로서는 철호가 사용하는 소모품비를 마련하는 것만도 현재는 벅찬 일.

그렇게 힘든 상황이면 아버지는 어떻게 생활하냐고 묻는 기자에게 "나야 아무렇게나 지내도 상관없다. 철호한테 못해주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다"는 K씨는 "철호가 깨어난다면 제일 먼저 '깨어나 줘서 고맙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며 끝내 눈시울을 적신다.

현재 철호는 언제 의식을 회복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의식이 돌아온다고 해도 지속적인 장애가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 꿈많은 20살 청년 철호가 하루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제주은행 44-01-005786 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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