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희망나눔(1)] 늦깎이 대학생 정신지체3급 김수아씨
제주의소리·공동모금회, '아름다운 사랑나눔' 전개

제주의소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공동사업으로 함께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이웃사랑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을 진행합니다. 제주의소리는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사례나 미담을 발굴, 기획 '사랑나눔 희망나눔'으로 보도, 좀더 많은 이들이 사랑과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입니다. 첫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늦깎이 대학생에 도전하는 정신지체3급 김수아씨 이야기입니다. 촬영은 수아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공개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꿈을 놓지 않고 있는 수아씨에게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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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접속해 성서로 타자연습을 하고 있다.ⓒ제주의 소리
39살인 김수아씨(정신지체장애3급)는 올해 대학교 새내기가 된다.

비록 정신지체를 갖고 있어 남들보다 많이 늦은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녀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는 그 어떤 학생 못지 않다.

그녀에게는 공부를 한다는 것이 20년 넘게 가슴의 한(恨)으로 품고 있던 소망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서 들은 얘기는 4살 무렵 기적소리에 놀라 경기를 일으킨 이후부터는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는 간질을 앓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후 초등학교는 겨우 졸업을 했는데 중학교에 가니까 수시로 발작을 하니까 선생님이 '그렇게 아픈 몸으로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며 학교를 그만둘 것을 돌려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학교를 자퇴했습니다.
당시에는 선생님에 대한 원망도 했지만 '선생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셨겠지' 하고 이해하게 됐어요."

이렇게 학업을 중단하게 된 수아씨는 자신과 세상에 절망하게 됐고 16살에는 자살기도도 했었다고 한다.

밝게 웃는 모습에서 과거에 그녀가 느꼈을 절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더이상 학교에 다니기 힘들지 않니?" 평생 恨

그녀가 다시 희망을 생각하게 된 것은 9년전 뇌수술을 받으면서부터. 수술 후 2~3일 의식이 없어 가족들은 수술이 잘못 된 것이나 아닌지 걱정했지만 수아씨는 다시 눈을 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거의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경련이 사라지면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틍하게 된 수아씨의 가슴 한켠에서는 조그만 욕망의 씨앗이 긴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 것. 어린 시절 본의 아니게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상처가 수아씨의 가슴에 한(恨)으로 남아있었던 것.

남들보다 더 어렵겠지만 꼭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4년에 걸쳐 중·고등과정을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이후 많은 보수는 아니었지만 일정액을 받으며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업무 보조를 하는 등 자활을 준비하며 지냈다.

이런 수아씨를 보며 시대적·경제적 이유로 딸을 정신지체장애인으로 만들었다는 부모님의 죄책감도 조금씩 줄어드는 듯 했다.

그렇게 점차 안정돼 가던 수아씨의 가족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겼다.

수아씨에게는 부모님과 쌍둥이 남동생이 가족으로 있는데 막내동생(37)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대형사고로 인해 뇌를 심하게 다친 수아씨의 남동생은 6개월간이나 식물인간으로 병상에만 누워있었다.

기적이었을까? 6개월간 죽은 듯이 누워있던 남동생이 의식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뇌병변 진단을 받게 됐다.

# 수술 후 다시 찾은 '꿈', 하지만 이것도 잠시...

▲ 시설 가족들을 위해 식사준비도 잘 돕는다고.ⓒ제주의 소리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연로하신 부모님에게는 무리였던가 보다. 어머니의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연로하신 데다 당신들의 몸도 건강치 못해 도저히 자식을 돌볼 수 없는 상황.

건강한 남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혼자 부모님과 형제들까지 보살피기에는 무리였다. 특히 수아씨보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동생이 걱정이었다. 이런 사연으로 수아씨의 동생은 지난해 8월 제주 가롤로의 집(원장 박지홍)에 입소하게 됐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수아씨의 동생은 시설에서의 생활을 힘들어 했고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이런 동생을 돕기 위해 수아씨가 10월부터 가롤로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수아씨 역시 도움이 필요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는 시설의 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녀의 향학열은 식을 줄 몰랐다. 이제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 싶다고.

지금도 차분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으로 교사들을 돕고 시설의 가족들을 돌보기도 하는 수아씨.

가롤로의 집 가족들은 수아씨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고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산업체 위탁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또다시 벽에 부딪히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

입학금은 학교측에서 장학금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등록금과 교통비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아씨가 25년 가까이 품어온 꿈이 좌절될 위기에 있다.

가롤로의 집 최영순 사회생활재활교사는 "그 결과는 어떨 지 모르지만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면 너무 불공평하다"며 "수아의 소중한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 시설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경제적인 것이다 보내 막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 25년 가까이 품은 꿈, 돈 없어서 안돼?

▲ 항상 큰 언니처럼 시설 가족들을 돌보고 교사들을 도와준다는 수아씨. 자신의 공부는 이런 일들을 마치고 나서 짬을 내 한다고.
가롤로의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5명의 교사들은 각자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모아 수아씨가 학교에 다닐 때 교통비로 사용하라고 '수아 결연후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수아를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 최 교사의 설명이다.

최 교사는 "원장 선생님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사회복지를 관광대학에서 공부했다"며 "우리의 후배가 될 수아씨가 자랑스럽고 같은 분야이니까 차후에라도 수아씨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에 대해 도움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수아씨는 요즘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고. 물론 그만큼 두려움도 크다.

"지금 마음은 결연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대학 교양과목으로 있다는 일본어 수업에 대비해 발음이라도 익히려고 열심히 일본 드라마를 시청하고 컴퓨터를 익히기 위해 성서로 타자연습을 하는 등 차분히 준비해 가고 있었다.

일본 드라마가 어렵지 않냐고 묻자 "지금은 그냥 화면만 보는 정도"라며 웃는다. 아기가 엄마에게 수많은 말을 듣기만 하다가 말문을 열듯이 수아씨도 언젠가는 말문이 트일 것이다.

※ 미소가 아름답고 자상한 수아씨가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게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제주은행 44-01-005786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자랍니다!"
제주의소리·공동모금회 연합모금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 전개

   
 
 
제주의소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7일 이웃사랑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 연합모금 협약식을 체결했다.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대표 고홍철)와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한동휴)는 2007년 공동사업으로 함께하는 지역사회 만들기 이웃사랑 캠페인 '아름다운 사랑나눔'을 통해 제주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향후 제주의소리는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사례나 미담을 발굴, 기획 '사랑나눔 희망나눔'으로 보도함으로써 좀더 많은 이들이 사랑과 희망을 나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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