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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하러 나오신 마을 할아버지. 방파제를 따라 걸어가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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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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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오후, 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의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바닷가 방파제 위에는 휴일을 맞아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마을의 할아버지 한 분도 해 질 무렵에 낚시를 하러 나오셨습니다. 제주 특유의 갈옷 바지를 입으시고 한 손에는 낚시대를 지팡이삼아 짚으시고 다른 한손에는 낚시에 쓸 미끼를 들고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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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의 기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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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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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중 한 분이 방금 문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인지 기꺼이 포즈를 잡아주십니다. 방파제 끝에서 낚시를 하시던 분은 낚시대가 돌에 걸려서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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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았으니 먹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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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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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낚시를 시작한 분들은 이미 낚시를 마치고 오늘 잡아 올린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저희 부자에게 한 입 먹고 가라고 권합니다. 낚시하시는 분들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고 가라는 성의가 감사해서 아들놈에게 회 한 조각 집어먹이고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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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한 분만이 방파제 안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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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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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다들 방파제에서 바다 쪽으로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데 유독 한분은 방파제 안에서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하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저녁에 농어 낚시를 할 건데 그 때 쓸 미끼를 낚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분이 낚아 올리는 고기는 제주말로 '각제기'라고 했습니다. '전갱이 새끼'라고 합니다. 이것을 저녁에 농어 낚는데 미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분은 각제기 외의 다른 고기는 전부 다 다시 살려주었습니다. 제법 큰 볼락이 두 개나 올라왔는데도 다시 바다에 놓아주었습니다.
"왜 애써 잡은 고기를 다시 살려주세요. 회 떠서 먹으면 맛있겠는데요."
"저에게 필요 없는 고기니까 살려주는 겁니다. 저는 지금 각제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분의 간단명료한 대답을 듣고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 필요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 여유로움. 이러한 여유로움이 낚시터에만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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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으로 둘러싸인 두개의 못에서는 민물이 솟아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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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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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육지에 닿는 곳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두개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바닷물이 아닌 민물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불과 폭이 1m 남짓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솟아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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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은 바다. 오른쪽 돌담안은 민물 웅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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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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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화산폭발에 의해 생겨난 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의 해안가에는 이른바 '용천수'라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처럼 바닷가 바로 옆에서 민물이 솟아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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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중에 불청객을 맞아 황급히 옷을 챙겨입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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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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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이 나는 곳은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남탕 안에서는 10월인데도 아이들이 발가벗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춥지 않느냐고 물으니 "추워요. 근데 사진은 찍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찬 물에서 수영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동네 저수지에서 혹은 냇가에서 수영하고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 어린시절의 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제주의 시골마을이 오늘따라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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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탕 내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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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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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여탕은 비어 있었습니다. 아직 입술에 초고추창이 묻어 있는 아들놈이 여탕 앞에서 나름대로 폼을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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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탕앞에서 포즈를 잡은 아들. 아직 입술에 초고추장이 묻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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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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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해가 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바다가 서서히 저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바다는 언제보아도 여유롭고 넉넉합니다. 조금 전에 뵈었던 할아버지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할아버지, 많이 잡으세요."
할아버지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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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무는 제주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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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 |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