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인터뷰②] 삼다수·항공료 인하 공약 아쉬워

현명관 전 회장을 만나기전 사전에 약속한 게 있었다. ‘정치이야기’ ‘민감한 문제’는 꺼내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절대로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기자의 이야기는 거짓말이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날 그와의 약속에서 이를 지킬 수 없었다.

비록 선거에 패배해 자연인인 현 전회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정치인으로 된 이상 정치인을 만나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게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민들이 궁금해 한다는 주문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현 전 회장은 선. 지난 5.31 선거에서 그는 김태환 지사에게 4400표 차이로 패배했다. 투표함 개표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의 표정을 ‘잠 못 이룬 밤’이라고도 했다. 그는 선거의 패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가장 궁금했다. 

“내가 정치를 모르고 선거를 모르고 뛰어들었습니다. 제주의 선거 네트워크, 선거 정서를 모른 게 패인이었습니다. 내 스스로가 아쉬운 점입니다. 도민들은 열심히 지지해 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패배가) 애석하지 않습니다. 워낙 짧은 기간이었고, 또 그렇다고 정치연설도 잘 한 게 아니었습니다. 또 정치적 친화력도 없었습니다. 비정치적 성격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지지를 해준데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배우는게 많았습니다.”

민선이후 행정관료들의 전유물이었던 선거판에 경제인이 뛰어든 것은 현 전 회장이 처음이었다. 그는 선거판에 나서면서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 냈다. 그만큼의 후유증도 있었을 것이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일을 하려는 수단으로 도지사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제주도 선거 풍토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돈은 정말 쓰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선거 종반에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나가버렸죠. 지방선거에 변화는 줬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생각하는 계기는 던진게 아니냐, 저 스스로 그렇게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사람은 다른 모양입니다. 소위 통상적인 신의관계, 신뢰관계가 어떤 경우, 심지어 많은 경우에 무너지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서 오는 좌절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선거는 앞으로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5.31선거에서 현 전 회장이 내 놓은 공약은 곳곳에서 논쟁을 만들어 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삼다수와 항공료 절반 인하 문제였다. 그는 아직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두 가지는 정말 아쉬웠고 앞으로도 누군가는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삼다수는 지금과 똑 같은 양의 생수로도 좀 더 단가가 높은, 부가가치가 높은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주도 전체 지하수 사용량의 증가 없이 농업용수 일부를 용도변경하는 방식으로 바꿔 수출하면 제주도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돈이 없어 못하는 현안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항공료 문제인데...얼마 전에 중국 항공사가 김포와 중국을 잇는 항공료를 50% 할인(D/C)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주도는 항공료를 인하하고  과감한 증편이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새로운 항공사가 만들어지든, 제주항공을 통하든, 아니면 항공자유화를 통하는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의 항공요금으로는 제주의 경쟁력은 없습니다. 관광도 그렇고 물류도 경쟁력이 없습니다. 모든 게 항공료 때문에 비쌉니다. 항공료 50% 인하 문제는 어떤 방법이든 연구해서 실현해야 제주도가 살길입니다.”

그는 선거가 끝난 후 절반은 제주에서, 나머지는 서울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또 제주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특별자치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려는 소위 ‘빅3’ 총론에는 동의했다. 

“특별자치도가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고 몇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국제자유도시 된다고 잘사느냐? 아닙니다. 행정계층구조를 바꿨지만 뭐가 달라졌습니까? 행정시의 법인격만 없어졌다는 것 빼고는 똑같습니다. 혼란만 있을 뿐입니다.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게 행정구조개편의 목적이 돼야 합니다. 행정이 목적하는 정책을 쉽게 침투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최적의 행정은 2계층으로 가야합니다. 도와 읍면동, 읍면동은 지금처럼 세분화시키지 말고 광역화하고 우수한 공무원들을 보내야 합니다. 도는 기획기능만 가지만 됩니다. 특별자치도 특별법도 여러 가지 조항이 많지만 다 지엽적입니다. 핵심적인 것은 제주도의 면세지역화, 항공자유화, 법인세율 제로입니다. 이 세 가지만 하면 제주도는 끝납니다. 투자하겠다고 아우성치면서 몰려오고 항공료로 자연히 낮아집니다.”

   
 
 
그는 제주도민들에게 자신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택과 집중을 역설했다. 도의 정책이 산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입니다. 왕성한 도전의식으로 ‘한번 해보자.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야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아주 피부에 와 닿는, 예를 들어 한마을 한 명품 만들기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이것 하겠다, 저것 하겠다며 욕심 부리지 말자. 1 읍면에서 한 가지만 글로벌 명품을 만들면 제주는 동북아 1등 부자 섬이 될 겁니다. 시간도 없고 자원과 돈도 없는데 수십가지 하겠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의 능력과 주의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만해서는 안됩니다. 시험공부 할 때 ‘당일치기’가 제일 효과가 있다는 것도 바로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일을 물었다. 특히 정당생활, 정치인 역할을 계속할지가 궁금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입당할 대  대선을 겨냥한 경제활성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저는 한나라당원입니다. 지금부터 더 활발히 해야 할 것입니다.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 대선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경제활성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대선에서 경제계와 한나라당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경제분야 만큼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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