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오백나한 물들인 오색단풍

 
▲ 한라산 영실 오백장군 허리까지 단풍소식 들려옵니다.
ⓒ 김강임
 
추석연휴 사흘째인 10월 7일 오전 9시, 한라산 영실 입구는 일찌감치 막혀 있었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기를 20분, 가을 단풍 구경에 나온 사람들은 기다림의 지루함보다 단풍소식이 더 궁금합니다.

 
▲ 영실 입구 오백장군의 콧수염에도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었습니다.
ⓒ 김강임
 
등산로 입구 영실 숲은 가을의 초입입니다. 떨어진 낙엽을 밟고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해발 1350고지를 지나자 계곡물 소리가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합니다. 산에서 듣는 물소리는 사람 마음을 신선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해발 1400고지, 산은 산이라지만 왜 이리도 급경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영실 기온은 18도, 계단을 타고 오르니 어느 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 각기 모양을 달라한 오백장군의 모습들입니다.
ⓒ 김강임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반가운 손님. 아뿔싸! 단풍소식입니다. 가을단풍은 한라산 영실코스가 진수지요.

 
▲ 양탄자를 깔아놓은 단풍위로 성모마리아 상이 있습니다.
ⓒ 김강임
 
영실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은 기암괴석입니다. 오백장군의 전설이 흐르는 영실은 '신령들이 사는 나라'라고 할 만큼 신비스럽지요. 그렇다보니 가을단풍은 어느새 오백장군의 콧수염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각기 모양이 다른 기암괴석은 알록달록 다홍치마를 두르고 있습니다.

 
▲ 1600고지에는 꽃 같기도 하고 열매 같기도 한 가을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김강임
 
붉게 익어가는 가을 열매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가을열매 사이로 갈바람이 불어옵니다.

 
▲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단풍 소식은 어느새 만산홍엽을 기다립니다.
ⓒ 김강임
 
이번 추석연휴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파란 하늘이 가을산과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 야생화가 가을산의 여백을 채웁니다.
ⓒ 김강임
 
한라산 영실 등산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곳은 해발 1400고지에서 1600고지까지입니다. 이 힘든 코스는 쑥부쟁이와 엉겅퀴 등 가을 야생화들이 여백을 채웁니다.

 
▲ 해발 1600고지에서 뒤를 돌아다 보면 제주오름들이 아스라히 떠 있습니다.
ⓒ 김강임
 
해발 1600고지에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스라이 펼쳐지는 제주 오름이 오순도순 모여 있습니다. 가을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만산홍엽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 한라산 영실 터줏대감 병풍바위 앞에는 가을열매와 야생화가 지천을 이룹니다.
ⓒ 김강임
 
언제보아도 늘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병풍바위는 한라산의 터줏대감입니다. 병풍바위 앞에는 초록이 옷을 벗고 가을을 입었습니다. 한라산 영실은 새로운 계절이 찾아 올 때마다 어김없이 새 옷을 입습니다.

 
▲ 오백장군 뒤로 멀리 서귀포의 섬들이 보입니다.
ⓒ 김강임
 
인간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엊그제 한여름의 땡볕을 잊고 가을 속으로 달려가고 있으니까요. 알록달록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가을산처럼 말입니다.
 
 
한라산 영실 단풍은 10월 25일 정도가 가장 절정을 이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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