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야고,
내가 아무리 억새의 영양분을 뺏아온다한들 저 예리한 무기를 지닌 나의 주인 억새는 꿈쩍도 안합니다.
한 발자욱 밖으로 내밀어 외도하고도 싶은데, 저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닌 억새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타고난 팔자인 걸 어떡하랴 운명에 맡겨보지만
님에게로 갈 수 없는 기생이라 할지언정 이토록 정분에 목이 말라 안달하다 못해 짓무르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그리던 님과 인연 맺지 못한 증표로 남긴 상상임신은 아닐런지요?
한 낮 꿈을 잃지 않는 곱디고운 연분홍빛으로 단장하고.
차례를 마치고 몸살이 나신 시부모님 두 분을 당직병원에 모시고 가선 링겔을 맞는 동안 산으로 튀었습니다.
급기야 그곳에서 그토록 오메불망 그리던 야고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온 몸이 가려워 혼났습니다.
왜인가 해서 봤더니 야고를 찍노라 정신없이 바닥에 엎디진 동안 개미에게 숱하게 물리고 가시에 긁히고 온통 상처투성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음은 풍성한 한가위 수확이었기 때문일겁니다.
고봉선 시민기자
hyhhh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