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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2공항 갈등관리 토론회’ 앞둔 제주도의회 “이럴 순 없다. 매우 유감” 부글부글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가 지난 20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갑작스런 ‘제2공항 반드시 필요’ 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도민에 대한 겁박”, “중앙방송 타기 위한 노이즈마케팅”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1일 제369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으로부터 2019년도 주요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는 사실상 전날(20일) 진행된 원희룡 지사의 제2공항 관련 담화문 발표에 대한 성토의 자리를 방불케 했다.

앞서 원 지사는 20일 제2공항 건설 관련 담화문을 통해 ‘사명감’, ‘역사적 소명’, ‘제주의 후손을 위해’, ‘도지사의 각오와 의지’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당위성을 역설했다. 반대단체 등에서 제기한 각종 문제점과 의혹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국책사업 중 사상 유례없는 재검증까지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도민사회의 논란에도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강성의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이 “타당성조사는 왜 하는 것이냐.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냐”며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전혀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밀어붙이고 있고, 제주도는 국토부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지금도 도청 앞에서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도지사는 전혀 그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길 건너 도의회 올 때도 승용차를 타고 와야 하는 상황”라고 불통행정을 꼬집었다.

강 의원은 특히 “제주도의회에서 26일 제2공항 갈등관리를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는 것을 몰랐느냐. 이를 알면서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냐”면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또 “반대대책위에서 제기하는 내용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숙고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비용편익분석 결과가 8배 편차가 발생한다는 건 조사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도지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원론적 반대’로 규정해버렸다. 듣는 시늉조차도 않겠다는 것이다. 정말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강성민 의원(이도2동을, 더불어민주당)도 “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의회와는 어떤 협의를 했느냐”고 따져 물은 뒤 현학수 공항확충지원단장이 “오전 10시20분쯤 의회를 방문했는데, 상임위 회의가 진행 중이어서 만나지는 못했다”고 답변하자, “의회에서 26일 토론회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지사의 담화문 발표는 대단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담화문 내용과 관련해서도 “범도민추진위, 성산주민들과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사회협약위원회와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범도민추진위원회가 한 일이 뭐냐. 찬성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 아니냐”면서 “담화내용을 보면 정말 도민들, 의회를 우습게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말 책임감 없는 발언이다”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또 “반대측, 시민단체에서는 대통령, 청와대가 나서라고 하는데 제주도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사회협약위원회에 갈등해결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제주도지사냐”라고 원희룡 지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반대측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통행하고 있다”면서 “도지사는 정부, 국토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도민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담화문 발표 시점도 논란이 됐다. 의원들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실은 2개월 전에 준비하고 있었다”는 현 단장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김용범 의원(중앙․정방․천지동, 더불어민주당)은 “담화문 발표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2개월 전에 담화문 발표를 계획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현 단장이 “그렇다”라고 짧게 답변하자, 김 의원은 “그럼 어제 담화문 발표는 단장과 협의가 된 것이냐”라며 “도지사 주변에 언론인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특종’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영리병원도 그렇고 도민사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는 시점에 발표를 한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도의회에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고, ‘기본계획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상황인 걸 몰랐느냐”면서 “두 달 참았다고 하는데, 26일까지도 기다리지 못하나. 특종 욕심에 눈이 먼 것 아니냐”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담화문 작성 주체와 관련해서도 “담화문은 어디에서 작성한 것이냐”고 물은 뒤 “내부 논의를 거쳐 공보관실에서 작성했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추진하겠다는 것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어감 차이가 있다. 제주도는 앞뒤 안보고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서는 박원철 위원장(한림읍, 더불어민주당)도 “내부 논의과정을 거쳤다고 하면 최소한 팩트체크는 하고 발표했어야 했다”며 “지금까지 제주도는 주도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발을 빼왔다. 그런데 어제 담화문 내용을 보면 추진과정 전부 다 알고 있었고, 국토부와도 협의를 했다는 것 아니냐”라고 몰아세웠다.

이상봉 의원(노형을, 더불어민주당)은 “도의회가 국토부도 참여시키고, 찬성-반대 측까지 참여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준비하는 마당에 지사가 불쑥 담화문을 발표했다. 도의적으로 봐도 이건 아니다. 한마디로 ‘이럴 수는 없다’”라며 “지사는 도민 편에 서서 국토부를 설득해야 한다. 1년, 2년 늦어지더라도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화문 내용 중 ‘유례없는 재검증’ 표현과 관련해서는 “담화문 내용 보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정말 재검증이 유례가 없는 일이냐”면서 “강정 해군기지도 국회에서 소위원회 구성해서 재검증한 적이 있다. 제2공항 타당성연구 재검증을 마치 시혜를 베푼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갈등을 풀어야 할 당사자가 이런 식으로 하면 도민과 싸우자는 것밖에 안된다. 어제 돌발 기자회견은 그나마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제는 진짜 앞이 안 보인다”고 성토했다.

무소속 안창남 의원(삼양․봉개동)의 비판 수위는 훨씬 높았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라고 말문을 연 안 의원은 “강정 해군기지는 절차적 문제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고, 지금도 아픔이 다 아물지 않고 있다. 다시는 이런 사례가 없어야 하는데, ‘제2의 강정’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원 지사의 갑작스런 담화문 발표가 정치이벤트 성격이 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지금 원 지사가 차기 대권과 관련해 존재가치가 없어지다 보니까 중앙방송 탈려고 노이즈마케팅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영리병원도 마찬가지고, 뜬금없이 발표하고, 중앙언론과 인터뷰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보”라고 각을 세웠다.

점잖기로 소문난 강연호 의원(표선면, 무소속)조차도 “오는 26일 환경도시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개최된다. 갈등관리 방안을 모색하자는 토론회를 앞둔 상황에서 담화문을 발표했어야 했나.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금 전체 도민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며 “만나기 쉽다고 찬성 쪽만 만나면 안된다. 오히려 반대측 주민들을 더 많이 만나야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원철 위원장은 “어제 상황만 놓고보면 제주도와 의회가 협력적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며 “도민을, 의회를 겁박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매우 아쉽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5조원 짜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본계획 용역을 6개월에 끝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 국토부는 마이더스 손을 갖고 있느냐”라고 따져 물은 뒤 “당초에는 1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왜 국토부 로드맵에 맞춰주나. 제주의 경제지도를 바꿀 일이라면서 6개월만에 끝내겠다는 게 말이 되나. 왜 늦추라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학수 단장은 “환도위 차원의 토론회 개최에 대해서는 실무단장으로서 감사드린다”며 “담화문 발표와 관련해 사전에 의회와 협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점을 고려해서 의회와 더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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