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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도의회 '기본계획 결의문' 추진 직후 정면돌파 선언...시민사회 "국토부 대변인" 발끈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특히 원 지사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사명감' '역사적 소명' '제주의 후손을 위해' '도지사의 각오와 의지'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당위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제2공항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국토교통부가 국책사업 중 사상 유례없는 재검증까지 했다며 우회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20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즈음하여 제주도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28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고, 세종시에서 착수보고회를 개최하자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지 한달만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먼저 원 지사는 2015년 11월 제2공항 입지 발표 후 4년째 갈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다. 앞으로 소통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A4용지 13쪽 짜리 담화문은 무엇보다 제2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국토부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듯한 인상을 짙게했다. 

원 지사는 "정부 기본계획 수립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극한적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공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2공항을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 편의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로 규정했다.

오버투어리즘 비판을 의식한 듯 원 지사는 "제2공항은 제주의 수용능력을 넘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제주가 수용가능한 적정 관광객 수는 연간 2000만명으로 교통시설과 쓰레기, 하수처리시설의 한계, 도민들의 심리적 수용력까지 감안한 수치다. 타당성 용역에서 추산한 2045년 제주기점 항공기 이용객 수는 왕복 4500만명으로 이는 도민과 관광객 2000만명이 포함된 숫자"라고 무턱대고 관광객을 받으려는게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관광객 보다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산정한 것이지,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며 "청정자연과 함께 안전과 편의, 쾌적함을 추구하는 것이 제2공항 추진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입지 선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원 지사는 "기본계획 단계에 와 있는 제2공항은 그동안 사업타당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쳤고, 입지선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의견을 존중해 국책사업 사상 유례없는 재조사까지 했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항입지 선정기준을 적용해 3단계에 걸쳐 종합평가한 결과 성산이 최적지였다. 제주의 특성을 고려해 선정과정에서 환경성 및 소음 부문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라며 "정부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해 오름훼손도 동굴훼손도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국토부의 손을 들었다.

제2공항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곁들였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추진은 5조원 가까운 재원이 투입되는 제주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3조9619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7960억원, 고용효과 3만7960명, 취업유발효과는 3만9784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2공항은 미래세대의 경제활동 기회를 확대시키고, 제주의 균형발전도 견인할 것"이라며 "제2공항 연계 제주발전계획은 제주의 경제지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제2공항 추진은 제주와 제주도민을 위한 것으로 '제2공항 연계 도민이익 및 상생발전전략'을 수립, 추진해 건설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원 지사는 "때를 놓쳐선 안된다. 정부로부터 확실한 보상과 제주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서 지금부터 의견을 모으고 준비해야 한다"며 "도민과 폭넓게 소통하고,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정부 기본계획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대여론을 의식해선지 원 지사는 "반대 의견에도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추진이 이뤄지지 않도록 도지사가 무한책임의 자세로 정부와 적극 교섭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제2공항이 정상 궤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도지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제주의 입도교통 인프라 문제 해결을 위해, 도민을 위해, 제주의 후손을 위해 제주도지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도민의 뜻으로 알고 받들겠다"고 비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원 지사는 공론조사 수용 여부에 대해 "제주도 사업이면 공론조사도 하겠지만 국토부가 이미 다 알고 있고, 청와대까지 다 검토된 사항이라고 본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제2공항 반대 여론에 대해선 "원론적인 반대 때문에 연구절차와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큰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피해를 누가 지겠느냐. 행정이 선제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강행 의사를 피력했다.

'반대를 하더라도 제2공항이 추진될텐데, 시기를 놓쳐 입게되는 피해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1차적으로 그렇다"고 답변했다. 

반대측에서 각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점을 들어, 국토부가 일방적인 설명회나 토론회가 아니라 공동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원 지사는 "국토부에 직접 설명회와 공개토론회를 하라고 해놓고 막상 하면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찬반을 떠나 차분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담화문은 현재 여건상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원 지사는 반대 여론에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는 일부에서 아무리 반대를 해도 국책사업인 제2공항은 추진될 수 밖에 없고, 이에따라 더 늦기 전에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타당성과 민주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해 원 도정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당장 시민사회는 "도민을 대변해야 할 도지사가 국토부의 대변인인양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발끈했다. 21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까지 예고해뒀다. 

더구나 담화문은 제주도의회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불과 하루만에 전격 발표된 것이어서 도의회의 반응도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민구 의원(삼도1.2동)이 제369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27일 채택을 목표로 발의한 결의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벌써 서명 참여 인원이 30명에 육박했다.

도의회도 제2공항의 절차적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어서 원 도정과 도의회 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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