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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최대 쟁점...피고인 알리바이 배척 검찰이 입증 못해

성범죄 의혹으로 법정구속까지 된 양용창(66) 제주시농협 조합장의 사건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법원의 판단 근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피감독자 간음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은 양 조합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양 조합장은 2013년 7월25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의 한 과수원 건물에서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 입점업체 여직원 A(53)씨를 간음한 혐의를 받아 왔다.

형법 제303조(피감독자 간음)는 고용 등 관계로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초 수사를 맡은 경찰은 A씨가 4년 전 사건을 떠올리자 날짜를 확인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 과정에서 양 조합장의 가족 모임 날짜를 기억해 범행일자를 특정 지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 할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2018년 6월25일 양 조합장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양 조합장은 항소심에서 범행 당일 가족들과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내세워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국내 유명 로펌 변호사를 내세워 피해자 진술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피해자가 범행을 주장하는 2013년 7월25일은 양 조합장이 육지 출장을 마치고 제주공항을 통해 제주에 들어온 날이다. 이는 업무용 차량 일지에도 적시돼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피해자는 이날 오후 8시40분쯤 제주여고 앞에서 양 조합장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함께 과수원으로 이동했다가 오후 9시30분쯤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조합장은 이날 곧바로 집으로 이동해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며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가족들도 양 조합장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항소심은 알리바이를 배척하고 양 조합장이 집이 아닌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증명력 여부도 쟁점이었다. 피해 여성은 어두운 과수원에서 어떻게 차를 돌려 나갔냐는 변호인 질문에 차량 내 후방카메라와 경보음을 언급했다.

반면 피해자가 당시 몰던 2000년식 승용차에는 해당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당시 양 조합장의 복장 등 다른 사안에 대한 피해자 진술에도 제3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다. 결국 진술의 정확성에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며 “허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경우 진술을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리바이 입증은 피고인이 아닌 검사가 해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위력으로 간음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해 조만간 상고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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