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반대 천막농성자 강우일 주교 면담...김경배씨 "실형 선고돼 싸울기회 뺏길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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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11일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 농성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제주도청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이 11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건강 악화로 최근 38일간의 단식을 중단한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를 비롯해 각각 26일째, 1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활동가 엄문희씨와 최성희씨가 참석했다.

김경배씨는 "제가 단식할 때는 감사하리만치 많이 찾아와 주셨는데, 현재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최성희-엄문희씨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주는게 정말 섭섭하다. 외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제 관심도 갖지 않더라"고 말했다.

최성희씨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70% 가까이가 제2공항에 반대한다고,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제2공항 반대 의견이 더 많아졌음에도 정작 도민의 대표기관들인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 국회의원들은 중앙정부와 국토부의 하수인인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주교님이 나서서 귀머거리 정치인들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엄문희씨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제주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다는 결정은 철저히 외부인들의 시선이지 않나"라며 "제주인의 시선으로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우일 주교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언론에도 얘기하고 있다. 제주 내방객-관광객 포화상태 넘어섰다. 제주라는 작은 섬이 담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옛부터 학자들은 제주인구의 적정선으로 70만명으로 봤다. 이미 상주인구 69만명을 넘어섰고 관광객이 20만명 가까이 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모든게 한계 상황을 넘어섰는데 지금의 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항을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제2공항에 대한 생각이 개발쪽으로 가고 있다가 지금은 상당수의 도민들이 제2공항 건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도민의 뜻을 정치인들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도민들의 뜻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여러분이 표현해주시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되도록 여러 사람이 동참을 해서 도정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으면 좋겠다"며 "성산 주민들도 생업이 있겠지만 교대로라도 오셔서 단식하는 분들 힘을 주고,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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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11일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 농성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경배씨는 "지금이라도 바로 잡지 않으면 강정마을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성산읍에 제 땅은 1000평 정도 밖에 안되지만 (제2공항 예정지)활주로 정중앙에 있다. 목숨버리고 제 땅에서 끝까지 제2공항을 막아낼 것"이라며 "나를 비롯해 몇 명의 목숨을 버리는 저항을 할 것이다. 강정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김경배씨는 "지방선거 전 원희룡 지사에게 계란을 던진 사건 알고 계실 것이다. 처음 던진 계란은 가슴에 맞고 두번째 계란은 얼굴을 스쳤다. 결심공판에서도 영상 분석해 두번째 계란은 때린게 아니라고 했는데, 원희룡 지사는 앞에선 '선처를 바란다'고 해놓고 8가지 항목으로 진단서를 올렸다"고 분을 냈다.

김경배씨는 "내일 모레(14일) 선거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이 2년6월을 구형해 집행유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우려되는 것은 법원이 더 형량을 높여서 선고해 실형이 되면 저항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나를 놔둬서는 제2공항 건설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실형 내리지 않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다. 감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쉽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텐데 실형을 내리면 싸울 기회조차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울먹였다.

강 주교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노력을 해보겠다.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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