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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70년대 제주 5.16도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시, '5.16路' 건축주, 세대주 등 800호 대상 의견 구했지만 응답자 100호 그쳐 

수십년간 논란이 이어진 제주 한라산 ‘5.16도로’ 명칭 변경 문제가 이번에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전망이다.  

11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최근까지 5.16도로명 변경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유의미한 여론을 파악하지 못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부터 제주지방법원 등기소, 제주세무서, 출입국·외국인청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5.16도로 주변 건물주와 건축주, 세대주 등 현황 파악에 나섰다. 

도로명 ‘5.16로(路)’가 부여된 건물의 건축주나 사업주, 세대주 등은 제주·서귀포시를 합쳐 1200여호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700여호가 서귀포시에 위치해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들 700여호에 우편을 발송해 5.16도로명 변경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서귀포시 여론을 먼저 살핀 뒤 제주시에도 협조를 요청할 참이었다. 한라산 동쪽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5.16도로는 서귀포시 뿐만 아니라 제주시에도 걸쳐져 있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도로명 변경 의견을 당국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로명을 사용하는 건축주나 사업주, 세대주 1/5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의견이 제출되더라도 실제로 도로명 주소를 바꾸려면 다시 1/2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서귀포시는 2개월에 걸쳐 의견 수렴을 진행했지만, 전체 700여호 중 100호 정도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률이 낮아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출된 의견 100여건 중 80% 정도는 5.16도로명을 유지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5.16도로명 변경에 대한 여론이 있어 도로명주소팀에서 수개월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응답자가 적어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5.16도로는 2009년 도로명주소법 개정에 따라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서귀포시 비석 사거리까지 구간을 의미한다.

각종 문헌 등에는 1932년에 임도로 처음 개설됐고, 1956년 도로정비가 진행돼 초기 도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됐다.

당초 5.16도로는 제주시 남문로터리에서 옛 국민은행 서귀포지점까지 한라산 동쪽으로 지나는 길이 40.5km의 왕복 2차선 도로였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부에 의해 본격적인 정비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도는 1962년 기공식을 열어 '횡단도로'란 명칭으로 1969년 정식 개통했다. 

일반국도노선지정령에 의해 1971년 8월 ‘국도 제11호선’의 명칭이 부여되고, 2007년 ‘지방도 제1131호선’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도민들은 여전히 ‘5.16도로’라고 즐겨 부르고 있다. 

하지만 군사쿠데타를 미화한다는 지적 속에 1998년 김대중 국민의정부 출범 때 부터 명칭 변경 논란을 겪었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따라 5.16도로 기념비가 훼손되는 일이 생기면서 논란이 재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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