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17) 극한직업(Extreme Job), 이병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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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나는 서른아홉 살에 결혼했다. 많이 늦었다. 그런데 주위를 살피면 마흔 넘어 아직 결혼하지 않은(못한) 사람들이 많다. 내 동창 중에는 아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 이제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나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결혼이나 출산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명절이 되면, 미혼남녀들은 친척들의 화살을 방패로 막아야 한다.

노래 <SOLO>를 부르던 제니는 카이랑 사귀다 결별했다. 좋은 선후배, 좋은 오빠동생으로 남기로 했다는 말은 믿는다 해도 “천진난만 청순가련 새침한 척 이젠 지쳐 나 귀찮아 매일 뭐 해? 어디야? 밥은? 잘 자 Baby 자기 여보 보고 싶어 다 부질없어”라고 부르면서 뒤에서는 카이에게 쪼르르 달려갔을 걸 생각하면 배신감을 억누르기 어렵다. “이건 아무 감동 없는 Love Story 어떤 설렘도 어떤 의미도 네겐 미안하지만, I’m not sorry 오늘부터 난 빛이 나는 솔로”라고 해놓고서.

혼밥이나 혼술이라는 말이 흔히 쓰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미혼남녀들은 설이나 추석을 조심해야 한다. “결혼 언제 할 거니? 아기 언제 낳을 거니? 취직 언제 할 거니?” 등의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친척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에는 극한직업이 미혼남녀, 며느리, 미취업 청년 등이다. 그들의 근무여건을 어렵지 않게 만드는 건 우리의 말 한 마디이다. ‘그렇죠? 서진 씨! 올해는 꼭 결혼하기를 바랍니다. ^^’ 새해를 맞이해 카톡 메시지를 보낸다. 아, 지희, 재봉, 영훈, 지훈 형, 진원, 도균 등에게도 카톡 안부 메시지 보내야지.

‘영화적 인간’은 보통의 영화 리뷰와는 다르게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를 맡은 현택훈 시인은 지금까지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등의 시집을 냈습니다. 심야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며, 복권에 당첨되면 극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아직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기에 영화를 보기 위해 번호표를 뽑아 줄을 서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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