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태권도협회 내부 폭로, '승단·품 심사 개입-회장 기금 유용' 주요 쟁점

제주도내 태권도계가 돌출 악재로 뒤숭숭하다. 제주도태권도협회 내부 인사들에 의해 현 임원진의 부정행위가 폭로되면서다. 경찰 고발까지 이르는 등 파문이 커진 가운데, 내부 고발자들과 임원진의 주장도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자신들을 '태권도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태사모)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2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태권도협회를 맡은 집행부 임원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집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회 행정감사 등 태권도인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태사모는 지난해 8월 행정감사에서 드러난 협회의 부당한 사항이 현재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어 그해 12월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협회 간부진이 승단·승품심사에 개입해 불합격자들을 대거 합격시켰다는 의혹, 또 하나는 회장이 개인적으로 협회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태사모는 제주도태권도협회 회장과 상근이사 등의 그간 행보가 업무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등의 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협회 임원진이 승단·품 심사 개입" VS "행정적 실수일 뿐"

먼저 태사모는 "제주도태권도협회는 분기별로 연 4회씩 공인 품·단 심사를 국기원 태권도 심사규칙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 2017년 12월에 실시한 공인 품·단 심사에서 불합격자 중 6명이 심사에서 합격했다. 2018년 3월에도 1명이 심사과정에서 불합격 처리됐지만, 최종적으로 승품이 됐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당시 심사에 대한 서류가 분실됐다며 제출하지 않고 있지만, 태사모는 이 같은 결과가 협회의 직간접적인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사모는 "회장을 비롯한 상근이사는 직권을 남용해 불합격 심사자를 최종합격 처리함으로써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제주도태권도협회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기원 심사규칙에 따르면 불합격자가 심사위원회 불합격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회장을 비롯한 상근이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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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태권도를사랑하는모임'.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제주도태권도협회 A회장은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행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인에 대한 특혜로 몰고 가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A회장은 "당시 승·품단 심사에서 15명 정도가 불합격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6명이 이의신청을 했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심사위원장이 그만 둔 때였다"며 "저도 태권도계를 떠나 있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심사 관련 규정을 잘 모르다보니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합격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알았지만, 재평가를 위해서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별도의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더라. 그 부분이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7~8살 짜리 아이들이 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심사를 보다가 중간에 멈춰섰으면 모를까 그래도 1년 넘게 배워서 시험을 본 것이어서 합격하는 쪽으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합격 된 분들 중 이의제기가 들어온 분들은 다 합격처리된 것이다. 합격자 중에는 오히려 저쪽(태사모) 분들과 친분이 더 깊은 사람들도 있다"며 행정적인 실수였을 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회장이 개인적 기금 유용" VS "내 돈 메워서라도 협회 업무 본 것"

또 태사모는 A회장이 지출 증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태사모는 "협회가 운영하는 회계장부 및 통장을 보면 회장 출연금으로 1500만원이 입금된 이후, 회장은 자신의 개인 계좌로 3000여만원의 현금을 인출했다. 협회 공금을 임의로 유용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협회 공금에 대한 부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했다.

당초 회장이 입금하기로 약속한 출연금은 3000만원임에도 2017년 11월 500만원씩 총 3회 입금한 이후, 다음달 네 차례에 걸쳐 3084만원의 현금을 인출했다는 주장이다.

태사모는 "회장은 협회 격려금을 받은 태권도인들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돈을 받았다'는 취지의 확인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협회의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이사회의 승인이 있더라도 예산을 부적정한 용도에 지출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내역에 대한 증빙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A회장은 "협회가 출범하면서 기금이 하나도 없었고, 협찬을 못 받으면 내 돈으로라도 내서 3000만원 정도는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2017년에 협찬을 1650만원 받고 제 돈으로 1500만원 메워서 협회에 협찬했다"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하나도 없다. 협회에서 내야 할 돈을 지출했던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A회장은 "이중 회원 경조사비로 400만원, 전국·소년체전 출전 선수들에게 격려금으로 700만원 정도가 나갔다. 제주평화기대회를 치르면서 보조금을 받고도 마이너스가 돼 외상값을 제 카드로 물어줬고, 나머지 400만원 정도는 대회 하면서 식사한 예산이다. 관련 서류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영수증 처리도 다 돼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니까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은 밝혀질 것"이라며 "제가 잘못했다면 제가 물러나야 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맞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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