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과 행정대집행 놓고 첨예한 대립...보다 못한 홍명환 "반보씩 양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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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경배씨가 11일 오후 도청 집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24일째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 중인 김경배씨가 모처럼 만났으나 서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특히 김경배씨는 제주도와 제주시가 감행한 행정대집행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며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했고, 원희룡 지사는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해서 계고장과 대집행도 무시하고 도민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맞받았다.

원희룡 지사는 11일 오후 2시10분께 도청 집무실에서 24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김경배씨와 면담했다.

면담 시간은 당초 오후 2시였지만 김경배씨 일행이 10여분 늦게 도착하면서 다소 늦게 시작됐다.

김경배씨는 원 지사에게 "제주 미래를 위해 텐트와 천막을 치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30~40명씩 달려들었다"며 "천막을 친 후에도 계고장을 보내왔지만 대집행을 할 때 천막 안에 있었는데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축사를 철거할 때도 개나 돼지를 꺼낸 후에 한다. 대집행 과정에서 개돼지 취급을 받았다"며 "인권을 그렇게 깔아뭉갤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김씨는 이어 "도청 현관에 있는 (농성하는) 사람들이 위협했느냐. 행정대집행으로 5~6명이 다치고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사과하라"고 원 지사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위해 집회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도로에 시설물을 밤낮으로 설치할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유까지 있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원 지사는 "오히려 인도를 통행해야 하는 도민 불편, 도청 현관을 출입하는 민원인 불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농성이라는 이유로 점거해서 행정에서 발부한 계고장과 대집행에 대해서도 무시하고, 도민 불편을 끼치는 것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역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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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경배씨가 11일 오후 도청 집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김 씨는 "저를 비롯해 시민들이 왜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와 있느냐"고 반문했다.

원 지사는 "불법을 합리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방법이 있음에도 천막을 쳐서 통행을 방해하고, 현관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며 "저를 조롱하고 야유와 비난하는 것은 감수하겠지만 이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행정대집행이 단식 11일차에 이뤄졌다. 저와 면담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천막을 강제로 철거한 게 정당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원 지사는 "제주도청은 도지사의 시설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시설이다. '원희룡 퇴진하라'고 했으면 다 알아들었다"며 "상식선에서 해야 한다. 제2공항 반대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찬성하는 목소리도 매일 듣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 씨는 "인도 위의 천막투쟁은 청와대 앞이나 광화문 광장에서도 하고 있다. 계고장을 보내서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한 예가 없다"며 "지사께서 제주의 미래를 위한 역할을 안하고 있어서 투쟁하는 것이다. 불법 운운하지 말고 지사의 역할을 다하라"고 꼬집었다.

날선 신경전에 동행했던 홍명환 의원은 "최소한 뭔가 풀려면 서로 반보씩이라도 양보해야 하는데 이대로 하면 안된다"며 "도민불편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지사께서도 유감을 표명해야 상황이 풀린다"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배석했던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행정대집행 전에 녹색당 사무처장과 중재 노력을 했다. 도청 현관 점거농성에 대해 '도민들이 불편하니 그것만 안하면 언제든지 지사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전달했다"며 "하지만 농성하시는 분들이 절대 못받아들인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안 부지사는 "대집행 이전에 도민들이 이용하는 도청 공간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대집행 이후 천막은 더 늘어났고, 도청 현관 불법농성도 아무런 제지를 안하고 있다. 앞으로 도민과 언론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유린 지적에 대해 안 부지사는 "제주도 인권조례를 보면 도민 당사자의 협력사항도 있다"며 "도민으로서 최소한의 협력사항 등이 있는데도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하면 달게 받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씨가 "사람이 있는 천막에 목숨이 위협될 정도로 끌어내는 게 잘 한 것인가"라고 반문하자 안 부지사는 "공무원도 다쳐서 병원에 갔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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