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 도의원 긴급 설문조사] ①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 어떻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10년 해묵은 논쟁거리인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네받은 제주도의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가결이냐(수정 포함), 부결이냐를 놓고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자치 확대를 내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 제도개선과제 동의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2/3이상, 29명)를 확보하고 있는 명실상부 제주도의회 제1당이다.

<제주의소리>는 2019년 기해년 새해를 맞아 제주도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월1일부터 4일까지 ‘행정체제 개편 및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43명 전원이 참여, 100% 응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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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와 관련 제주도의회 의원 긴급 설문조사. ⓒ제주의소리/그래프 이동건 기자
◇ 시장직선제, 원안처리 4명-수정가결 16명 vs 부결 4명-새로운 대안 제출 16명

먼저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과제(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장직선제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가결해야 한다’는 답변과 ‘제주도가 동의안을 철회한 뒤 새로운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이 각각 16명(37.2%)으로 동수를 이뤘다.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와 ‘부결시켜야 한다’는 답변은 각각 4명(9.3%)이었고, 기타 의견은 3명(6.9%)이었다.

원안이든 수정이든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합치더라도 20명 46.5%에 불과, 동의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재석의원의 2/3 이상 찬성)에는 한참 모자랐다.

▲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의 의견. ⓒ제주의소리/그래프 이동건 기자

그렇다면 의결정족수(29명)를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어떨까.

민주당 소속 29명 중 원안(4명, 13.7%) 또는 수정가결(11명, 37.9%)해야 한다는 의견은 15명(51.6%)으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반면 ‘시장직선제를 철회한 후 새로운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 9명(31%), ‘부결시켜야 한다’ 3명(10.3%) 등 사실상 원점재검토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기타 의견은 2명(6.8%)이었다.

어느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당론을 모으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일단 ‘심사보류’ 해놓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해당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은 그야말로 ‘동상이몽’이었다.

△원안처리 1명 △수정가결 2명 △부결 1명 △새로운 대안 제출 2명 △기타 1명 등 상임위원회 차원의 처리방향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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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형 자치모형 선호도 조사. ⓒ제주의소리/그래프 이동건 기자

◇ 선호하는 자치모형은? 기초자치 부활 18명>행정시장 직선 11명>읍면동 자치 6명

만약을 전제로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경우 선호하는 최적의 ‘제주형 자치모형’이 뭐냐는 질문을 던지자, 18명(41.8%)이 ‘기초자치단체 부활(의회 구성)’을 꼽았다.

이어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11명(25.5%), 읍면동 자치(행정시 폐지) 6명(13.9%), 현행 유지(행정시장 권한 강화) 2명(4.6%), 기타 6명(13.9%) 순이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대상을 좁히자 △기초자치단체 부활(11명, 37.9%) △행정시장 직선제(9명, 31%) 간 선호도 격차는 더 줄어들었다.

이어 △읍면동 자치 5명(17.2%) △현행 유지(2명(6.8%) △기타 2명(6.8%) 순이었다.

앞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과 연계해볼 때 상당수 의원들이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나 읍면동 자치 등 자치권 부활이라는 이상과 시장직선제 처리라는 현실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A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행개위 안(행정시장 직선제)은 박근혜정권 시절에 나온 것으로, 변화된 환경과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현실가능성, 단계적 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짬뽕이 안되니 짜장이라도 먹자는 억지 논리다.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고, 오로지 도민주권과 제주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의원은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전제한 뒤 “현실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차선을 선택하더라도 차후 도민들 스스로 행정체제 모형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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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구역 조정 관련 도의원 긴급 설문조사 결과. ⓒ제주의소리/그래프 이동건 기자

◇ 행정구역 재조정 어떻게? “국회의원 선거구처럼 3개로” 34명(79%) ‘대세’ 형성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주시 갑․을, 서귀포시)처럼 3개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4명(79%)으로 대세를 형성했다.

앞서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제주도지사에게 현재의 제주시-서귀포시 양 행정시를 4개 권역(제주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제367회 임시회에 특별법 제도개선과제(시장직선제)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해서는 조례로 다룰 문제라며 분리 추진 방침을 밝혔다.

행개위가 권고한 4개 권역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는 3명(6.9%)만 동조했다. 또 4개 권역으로 조정하되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동․서로 나누자는 안에는 1명(2.3%)만 찬성했다.

현행 양 행정시 권역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은 2명(4.6%), 기타는 3명(6.9%)이었다.

기타 의견 중에는 읍면동 자치와 맞물려 인구편차 등을 고려해 43개 읍면동을 6~8개 안팎의 대동제(大洞制)로 조정하고, 여기에 자치권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눈에 띈다.

한편 행정자치위원회가 12월 임시회에서 심사보류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은 올해 첫 회기인 2월 임시회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시 해를 넘겨 1월 중에 ‘원포인트 회의’를 열어 동의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심사보류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1월 중 처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게 도의회 안팎의 중론이다.

올해 첫 회기인 제368회 임시회는 2월19일부터 27일까지 9일간의 회기 일정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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