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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사랑했던 그윽한 제주도 꽃

문성필 시민기자 news@jejusori.net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14:36   0면
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25) 수선화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Roem.) -수선화과-

가을의 감국, 산국을 지나 12월이 되면서 꽃이 핀 야생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번 주에는 12월 한 겨울에 꽃 피는 수선화를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께 소개해 드립니다.

수선화는 원래 물을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水仙'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미남 나르시스의 이야기가 수선화와 엮어 회자되곤 하는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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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조선시대에는 이 수선화가 아주 귀한 식물로 여겼습니다. 북경에 다녀오는 인편에 부탁해 구근을 얻거나 꽃을 얻어 키웠다고 합니다.

1840년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 유배돼 수선화를 보고는 “수선화는 과연 천하에 큰 구경거리다. 정월 그믐께부터 2월 초에 피어 3월에 이르러는 산과 들, 밭둑 사이가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흰 눈이 광대하게 쌓여 있는 듯하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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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특히나 김정희가 지은 수선화의 백미를 보면 “한 점의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이 냉철하고도 빼어나구나. 매화는 고상하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보게 되는구나.”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리정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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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선화는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인경으로 번식을 하는 특징입니다. 인경은 줄기의 밑 부분이나 땅을 기는 줄기의 선단에 다수의 비늘 조각이 줄기를 둘러싸고, 지하 저장 기관으로 돼 있는 구조를 말합니다. 마늘, 양파, 튤립 등이 해당합니다. 수선화는 원래 지중해 연안과 중국이 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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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제주에서는 12월부터 피기 시작해 다음해인 3월까지 볼 수 있는데, 꽃줄기가 마치 대파처럼 길며 꽃줄기 끝에 4~7송이가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거문도에 자생하는 수선화는 아래에 보이는 금잔옥대로 불립니다. 제주에서 자라는 수선화는 종이꽃처럼 꽃잎이 많이 달린 종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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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잔옥대라 불리는 수선화. ⓒ제주의소리

예부터 제주에서는 이 수선화의 알뿌리를 말이나 소의 먹이가 됐다는 뜻으로 ‘몰마농’으로 불렸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 사람들이 이 수선화를 잡초처럼 뽑아 버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글을 남긴 사례도 있습니다.

"토착민들은 수선화가 귀한 줄 모르고 소와 말에게 먹이고 함부로 짓밟아버리며, 시골의 장정이나 아이들은 호미로 파내어 버리는데 파내고 파내도 다시 나기 때문에, 이를 원수 보듯 하고 있으니 수선화가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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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추사 김정희는 그의 나이 24세 때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중국 연경에 가서 수선화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동백, 매화와 함께 겨울에도 피어나는 수선화에 매료됐지요. 

그 이후 제주도의 유배생활(1840년~1849)에서 자신을 수선화에 빗대 위로받고자 수선화에 관한 시를 남겼다고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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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여기서 수선화를 노래한 유유님의 시 한 편을 들려 드립니다.

몰마농 제주수선화
유유

돼지도 안 먹는데 말이 좋아하는 마늘이라고
웃기는 소리

산방산의 하품시간 길어지기만 한다

삭막했던 계절엔 으레
험난한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고상한 존재라며
극찬이 따르고 절까지 받았었는데

노랑 빨강 봄꽃들 여기저기 피어나고
벌 나비 날더니만
순식간에 서러운 찬밥 신세 되었도다

예전엔 농부들이 호미 갖고 달려들었지만
이제는 제초제가 무서운 신세

물가의 해탈한 신선으로 여겨 영혼을 나누던
추사만이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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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겨울이 깊어지면 봄은 가까이 와 있다는 소식을 먼저 전해 주려는 듯, 수선화가 곱게 피어 있습니다.

이 수선화의 꽃말이 ‘고결’, ‘자아도취’, ‘자애’라고 합니다. 아마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 때문에 꽃말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요?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수선화처럼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봄은 멀지 않았음을 전해 드리면서 가정에 건강과 평안을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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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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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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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2019-01-07 06:25:12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수선화가 짠하게 다가옵니다 오랜 유배생활의 쓸쓸함을 학문에 정진하며 살아온 추사선생의 삶을 생각해봅니다
22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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