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② 4.3전국화.세계화 진전...연구·운동 역량 강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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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주년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 12년만에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석해 완전한 4.3 해결을 약속하고, 촛불혁명의 성지 광화문광장에서 ‘4.3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열렸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73일 동안 ‘4.3제주특별전’이 마련됐으며, 전국 19개 지역에 분향소가 설치돼 제주의 아픈 역사를 추모하고 공감했다.
 
제주가 겪은 아픈 4.3의 역사가 대한민국의 역사로 비로소 인정받은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난해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중이라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70주년이 중요한 이유는 4.3을 체험한 생존 희생자와 1세대 유족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4.3의 정의로운 해결과 치유의 과정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유족회와 4.3범국민위원회, 그리고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의 합작품이었다. 
 
4.3유족회가 배보상특별위원회를 만들고, 4.3특별법 개정안 마련과 입법활동을 위한 법률지원단을 구성했다. 이석태 변호사(현 헌법재판관)를 단장으로 이재승 교수, 문성윤 변호사, 고호성 교수,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법률지원단은 범국민위의 개정시안을 바탕으로 5차에 걸친 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 2017년 10월 공청회를 개최했고, 12월1일 최종 시안을 마련해 대표 발의할 오영훈 의원에게 전달했다.
 
오영훈 의원은 제주출신 강창일·위성곤 의원은 물론 60명의 국회의원 동의를 받아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12월19일 발의했다. 
 
4.3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법률 명칭을 아예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는 것이었다. 
 
또한 4.3사건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를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를 위해 자료제출, 출석요구 및 진술청취를 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조사권한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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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2월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20호’ 등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군사재판을 무효로 하고, 희생자 및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당시 제주4.3을 뒤집으려 했던 시도를 막기 위해 '4.3 진실을 부정.왜곡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4.3추념식에서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4.3특별법 개정은 70주년에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약속,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4.3특별법 개정안에 찬성했지만 여전히 미완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4.3유족회는 물론 범국민위, 4.3평화재단 관계자들도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장 직무대행은 “4.3 70주년은 유족회에서 보낼 수 있는 최고의 해라고 할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강정효 4.3 70주년기업사업회 상임대표와 박찬식 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도 “핵심사업이었던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며 “특별법 만큼은 올해 내로 기필코 매듭지어야 하는데 해를 넘기게 됐다.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감과 대의를 획득했기 때문에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4.3 70주년을 위해 만들어진 4.3범국민위원회와 4.3 70주년기념사업회가 결성됐지만 유기적으로 활동이 이어지지 못했다.
 
범국민위원회가 전국적인 사업을 했고, 70주년기념사업회가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겹치는 부분도 많았고, 소통이 안돼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다.
 
또한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로 사업이 이뤄진 측면이 있고, 유족회를 비롯해 4.3단체, 평화재단 등 엇비슷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잇따라 열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4.3유족회 관계자는 “유족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의 사업이 많아서 유족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슷한 의제의 토론회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중첩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도 “70주년 4.3 행사가 너무 많다. 똑같은 행사라는 비판의 소리가 있었다”며 “내년부터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방향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4.3 70주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주4.3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과제도 풀어내야 한다. 
 
4.3에 대한 연구와 운동을 주도해 나갈 역량을 양성하고, 4.3운동의 지속과 확장을 위한 민관협력체제 구축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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