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생존수형인인 양근방 할아버지가 17일 오후 제주4.3 재심사건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재판부, 공소장 변경 신청 기각 ‘1월17일 선고’...변호인측 "검찰이 사실상 무죄 구형한 것"
 
재판기록이 없는 초유의 재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소 제기를 사실상 무효로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 결심공판에서 ‘공소기각’ 의견을 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그대로 끝내는 절차다. 이 경우 검찰 스스로 공소제기 문제를 인정한 상황이 된다.
 
검찰은 법원이 확정 판결의 직접 자료가 없는 사건에 대해 9월3일자로 재심 개시 결정을 하자, 본안 소송시 공소사실 유지의 법적 근거와 방식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변호인측은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며 공소기각을 부각시켜 왔다. 결국 검찰은 재심 청구인들의 진술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존재하지 않은 공소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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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수형생존인인 양일화 할아버지(오른쪽)가 제주4.3 재심사건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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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생존수형인 중 재심을 신청한 17명이 17일 오후 제주4.3 재심사건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모였다. 이날 정기성 할아버지는 병세가 악화돼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형사소송법 제298조(공소장의 변경)에는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두 차례에 공판에서 생존 희생자들의 진술을 들었다. 이후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피고인 18명에 대한 각각의 공소사실을 특정 지었다.
 
새로 만든 공소장을 근거로 11일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의 충족 요건인 사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래 공소사실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 공소사실을 전재로 한 공소장 변경은 인정할 수 없다”며 “단순히 기존(70년 전) 공소사실을 복원한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공소장 변경 신청이 불허된 이상 공소사실을 특정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가 돼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며 최종 의견을 냈다.
 
변호인측은 “어떤 증거도 없이 고문을 통해 재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1948~49년 군법회의는 다르지 않다”며 “결국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나 공소기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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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생존수형인인 임창의 할머니가 17일 오후 제주4.3 재심사건 결심공판이 끝난후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빠져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4.3생존수형인인 김평국 할머니가 17일 오후 제주4.3 재심사건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최후 진술에서 김평국 할머니는 “제대로 된 재판을 받게 돼서 내 몸에 막혔던 것들이 풀리는 기분이었다”며 “전과와 형무소 기록이 없어지도록 부디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4.3 사건이후 지금껏 힘들게 살아왔다. 이제 나이도 많이 들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죄다. 제발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2017년 4월 소 제기후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하려 했다”며 “결론에 대한 가닥은 잡았다. 다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1월17일을 선고 기일로 잡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후 임재성 변호사는 “공소사실 기각은 당시 재판이 불법적이었다는 것을 검찰이 자인한 것”이라며 “사실상 검사가 무죄를 구형을 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이에 “결과적으로 유무죄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러 논의 끝에 국가가 제기한 공소가 무효라는 의견을 결심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하면 재판은 유무죄 판단없이 끝이 난다. 재판부가 검찰측 공소사실을 인정할 경우 판단 결과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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