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23) 대구 원도심의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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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원도심 북성로의 모습. 한창 리노베이션 중인 일제강점기 시대 양식 건물과 아직 운영 중인 인근 공구업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 제주의소리

조선시대 대구읍성의 북쪽. 일제시대 경부선 대구역이 들어서면서 대구 최대 상권이 된 북성로. 6.25전쟁 이후 군수물자에 기반한 유통생태계가 형성되면서 한국최대의 공구골목으로 성장한 곳.

이 곳의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 들어서 급격히 꺾인다. 쇠퇴한 원도심에 위기감이 이어지자 2009년부터 이 일대에 역사문화, 수제화 등을 주제로 한 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이 중 2011년 본격화한 ‘주민참여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은 지역이 지닌 특유의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함께한 도시재생 모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민간발의를 통해 시작된 데다, 시민들이 직접 근대건축물을 소유하며 보전하는 전무후무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오래된 건물들이다. 현존 건축물의 1/3 가까이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고 전통, 일식, 서양식이 서로 맞물리며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가상설계가 진행되던 2011년, 한 연구자가 우발적으로 본인의 개인돈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북성로공구박물관 리노베이션이 진행됐다. 이후 리노베이션위원회가 설립돼 시민참여로 리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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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성로 소금창고는 1907년에 지어진 목조건물과 1937년 지어진 붉은 벽돌 2개동이 붙어있다. 과거 실제 소금창고로 쓰였다. 오랫동안 방치돼다 대구시 중구의 리노베이션 사업에 참여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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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성로 소금창고 내부. ⓒ 제주의소리

오래된 주택을 옛 멋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의 리노베이션은 쉽지 않았다. 1962년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대부분인 만큼 각종 건축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고, 원형 고증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 이를 행정기관의 맞춤형 원스톱 상담과 설계위원에 의무적으로 고증전문가를 포함시키도록 한 가이드라인으로 돌파해갔다.

변화는 차근차근 나타났다. 폭락했던 땅값이 다시 현실화됐고, 사회적경제지원기관이 북성로에 입주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원주민의 자녀세대가 북성로를 떠나지 않고 투자하는 기반을 마련한 점이다. 2015년의 경우 사업참가자들의 대부분 원주민의 자녀들인데 이들은 북성로를 떠나지 않고 머무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북성로에서 공구가게를 지키던 아버지들은 그들의 일에 자긍심도 가지게 됐다.

행정은 전폭적으로 지원금 제도를 단순하고 맞춤식 상담위주로 사업을 전환했다. 행정프레임이 아닌 자본경제 속에서 민간이 방법을 찾았다. 오랜기간 충분히 연구하고 관찰한 민간기관이 있었다. 북성로 사례가 접근방식부터 긍정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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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원도심 일대 리노베이션 사업 대상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49곳이 새단장했다. ⓒ 제주의소리

이 지역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연구단체 시간과공간연구소는 북성로 리노베이션 사업에 참여해 관과 협력했다. 대구 원도심 일대 1000여개의 근대건축물을 하나하나 데이터베이스화 한 건축자산 기록화사업 등 이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한다.

시간과공간연구소의 권상구 상임이사는 대구근대골목투어를 맨 처음 디자인하는 등 대구 원도심을 관광명소로 되살려내는 계기를 만든 인물로 꼽힌다.

그는 “도시시재생사업 기간이 끝나면 휘발성으로, 없어지지 않고 그 가치가 토지에 귀속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센터가 부동산 상담이 가능해야 한다”며 “공익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중개업자도 발굴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간과공간연구소의 권상구 상임이사. ⓒ 제주의소리
지역민들이 직접 근대건축자산을 소유하고 보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그래서 요즘 주목하는 건 청년계층이다.

“핵심은 주거혁신”이라고 강조하는 권 이사는 “작은 마당이 있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오래된 협소주택을 리노베이션 해 막 도전을 시작한 30대 청년들이 거주하는 문화가 조성되면 새로운 시장과 계기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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