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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웃음, 거울 속 인간 군상과 만나다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03:5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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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연극 <굿 닥터>를 연기한 퍼포먼스단 몸짓 배우 홍진숙(왼쪽부터), 고지선, 강종임. ⓒ제주의소리

[리뷰] 퍼포먼스단 몸짓 <굿 닥터>

1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제주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이 공연한 <굿 닥터>는 미국의 극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의 작품이 원작이다. 발표 시기는 1973년. 지금 닐 사이먼을 검색하면 제일 앞선 연관 검색어로 ‘굿 닥터’가 나온다. 적어도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퍼포먼스단 몸짓의 <굿 닥터>는 제27회 소극장 연극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 일명 제주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연례행사다. 축제 소식을 접하면서 <굿 닥터>를 챙겨봐야겠다고 다짐한 가장 큰 이유는 널리 알려진 고전 작품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장 미셸 리브(1946년생)의 원작 <동물 없는 연극>(2001)을 무대에 올린 극단 이어도 공연도 같은 이유로 보고 싶었지만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

<굿 닥터> 원작은 단편 9개로 채워졌다. 퍼포먼스단 몸짓은 이중 네 작품을 골라 공연했다. 꼼꼼함을 넘어 깐깐한 안주인과 급여 지급을 기다리는 소심한 가정교사 이야기 <가정교사>, 치과의원 조수에게 치통 진료를 맡기는 수녀 이야기 <치과의사>,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공연처럼 보여주겠다는 <물에 빠진 여자>, 은행 지점장과 수상한 여자의 충돌 <의지할 곳 없는 신세>까지 네 편이다.

등장하는 배우는 강종임, 고지선, 홍진숙까지 세 명. 체감 상 한 편당 10분을 조금 넘는 공연 속에, 배우들이 쉴 틈 없이 역할을 오가면서 배역에 몰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치통뿐만 아니라 어설픈 조수에게 시달리며 이중으로 괴로워하는 수녀,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은행 지점장과 그를 쥐구멍으로 몰아넣는 늙은 여인 등. 시니컬하면서 조소를 자아내는 작품 분위기 속에 개성 독특한 인물들은 열연으로 무대 위에서 잘 구현됐다.

고전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다.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몇백 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고 영감을 준다. <굿 닥터> 속의 별의 별 인간 군상은 자연스레 오늘 날 문제적 인간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글을 닐 사이먼이 각색했다는 원작 정보를 소책자에 넣거나, 공연 시작 전에라도 알려주면 좋았겠다는 미련이 남는다. 한참 전에 쓰여진 원작 대사를 현대에 맞게 소화하기가 꽤나 까다롭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커튼 사이에 빈틈이 생겨 공연 중에 배우나 스텝이 오가는 모습이 객석 눈에 들어왔는데, 작지만 완성도 면에서 챙길 부분이다. 

퍼포먼스단 몸짓은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자체 기획 공연, 더불어 놀다 연극제, 그리고 소극장 연극 축제까지 바쁜 한 해를 달려왔다. 녹록지 않은 제주 연극판을 10년이나 지켜온 퍼포먼스단 몸짓의 지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리뷰는 단순히 미리 보고 쓴 글에 그치지 않고, 남아있는 일정에 관객들이 찾아가게 만드는 목적이 크다고 생각한다. <굿 닥터>는 끝났고, 소극장 연극 축제도 종점이 코앞이다. 이번 리뷰는 낙제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23일 오후 3시와 7시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극단 마진가의 <연립주택>이 축제 마지막 작품으로 남아있다. 특히 <연립주택>은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초연'이라고 하니 기대가 모아진다.

끝으로 이번에 만나지 못한 <굿 닥터> 나머지 다섯 편을 포함, 더 많은 고전 연극을 만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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