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나 ‘탐라국입춘굿 복원-20년의 평가와 20년의 전망’이 14일 오후 3시 제주벤처마루 1001호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복원 20년 평가 세미나, 다양한 의견 속 ‘제주 전역 축제’ 방향은 공감대

탐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제주도 유일 전승문화축제’ 탐라국입춘굿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옛 모습 복원과 미래 계승 사이에서, 무엇보다 도민 전체가 즐기는 축제가 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제주도·제주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세미나 ‘탐라국입춘굿 복원-20년의 평가와 20년의 전망’이 14일 오후 3시 제주벤처마루 1001호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올해로 복원 20년을 맞는 탐라국입춘굿의 지난 평가와 미래를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탐라국입춘굿은 탐라왕국부터 조선왕국까지 명맥을 이어온 일종의 봄맞이 축제다. 일제강점기 들어 잠시 단절됐지만 1999년 문무병 민속학자를 비롯한 민간에서 복원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해는 제주공항, 항만까지 장소를 넓히고 제주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점차 대중적인 호응을 얻어가면서 열린 도시축제로서 발전하는 추세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이사장, 한양명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허용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발표를 맡았고, 김동현 문학평론가, 심규호 전 제주국제대 교수, 한진오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이 토론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탐라국입춘굿을 ‘나라굿’으로 치러졌던 옛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문무병), 현대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허용호) 등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탐라국입춘굿이 제주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축제로 치러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무병 이사장은 “하늘굿 큰굿으로서의 입춘굿, 탐라왕이 집전하는 나라굿으로서 친경적전 등 입춘굿의 핵심은 흩어지고 중심 없이 포장만 요란한 백희 난장이 됐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문 이사장은 “입춘굿의 완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의 완성이다. 그것은 제주큰굿처럼 시간도 길고, 크기도 크고, 신도 유별난 축제가 돼야 한다”면서 “제주땅을 지키고 땅에 기(氣)와 신명을 불어넣는 입춘굿을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이 책임있게 준비해 해마다 연구하는, 굿이 살아있는 생명 축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1999년 입춘굿 복원에 앞장선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이사장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허용호 교수는 “탐라국입춘굿의 전통 잇기 혹은 뿌리 잇기의 시점이 모호하다. 탐라국 시대와 조선시대가 공존하는 양상”이라며 “특정 굿 연행 집단이 굿을 전담하고 있다. 전도의 심방을 두루 참여시켰다는 문헌 기록을 염두에 둘 때 이러한 양상은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적어도 조선 후기의 입춘굿은 민관이 전도 심방을 빌려 풍농기원을 하고 신명풀이를 하는 장”이라며 “관덕정과 그 주변에 한정된 고정식 입춘굿판을 아예 이동식 입춘굿판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어떤가. 입춘굿 실행 주체들이 전 도 차원에서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입춘굿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양명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제주 입춘굿 성격을 타 지역과 비교했다.

한 교수는 "제주 입춘굿은 그 연행의 다채로움과 역동성, 지배 이념과 체제로부터의 자유로움 등에서 다른 지역의 입춘제에 비해 높은 지역성과 축제성을 보여준다"면서 "다만 무당굿형 고을축제에 속하는 단오제 등과 비교할 때, 대상 신격이 공동체의 일상 전체에 관여하는 성황신 계통이 아니라 농업을 관장하는 직능신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동소이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 입춘굿은 전근대 무당굿형 고을축제의 일반적인 성격을 공유하면서, 탐라국 이래의 토착적 전통을 일정하게 유지해온 문화적 산물"이라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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