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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영리병원 허가 놓고 민주당 김태석 의장-무소속 원희룡 지사 ‘정면충돌’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이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를 내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해 “도민주권자의 집단지성이 선택한 고심의 결과를 폐기했다”고 맹비난했다.

김태석 의장은 14일 오후 2시 제366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 폐회사의 대부분을 대한민국 영리병원 1호로 기록될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내준 원희룡 지사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공론화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묵살하고, “고뇌에 찬 결정을 했다”며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김 의장은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신뢰는 후보 개인의 뛰어난 능력 이전에 우선적으로 평가받는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것이다. 신뢰가 무너진 정부의 모습을 우리는 불과 2년 전 겨울에 경험했다”며 원 도정을 2년 전 탄핵당한 박근혜정부와 오버랩시켰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허가 결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을 공식 천명했다. 15일에는 제주시청 광장에서 ‘도민 배신! 민주주의 파괴! 원희룡 퇴진’ 슬로건을 내건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도정과 의회는 공리적인 선택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숙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도민평가단을 꾸려, 우리가 해야할 선택을 도민들에게 맡겼다”며 “이는 집단지성에 기대어 과정을 중시하고, 그 결론을 받아들이자는 ‘의무론적’ 선택이었다”고 공론화조사위원회 가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책의 결정에 따른 문제가 극명할 때 우리는 정책결정자의 고심에 찬 독배의 논의보다는 도민이 중심되고 의회와 집행부가 지혜를 모으는 숙의를 시작했던 것”이라며 “지사께서도 이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숙의민주주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일부의 반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 믿었다”고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후 비난의 화살은 원 지사를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재량권자께서 우리가 지불해야할 정체모를 대가에 대해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한다”며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내준 원 지사를 향해 “도민주권자의 집단지성이 선택한 고심의 결과를 폐기해버렸다. 폐기가 아닌 차선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직격했다.

아픈 선례를 남겼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장은 “우리는 주권자들의 숙의결과를 예측되는 손해배상과 고용, 그리고 알 수 없는 외교분쟁을 우려해 포기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며 “지사가 말하는 고뇌에 찬 결정이 정녕 도민을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도민주권이나 숙의민주주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단지 이것이 다가올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도피적 결정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쓴소리를 건넸다.

이보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2019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와 관련해 “제주가 직면한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도민사회의 이해를 구했다.

공론화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체계 훼손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되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행정조치 마련과 이미 고용된 분들의 일자리에 관한 정책적 배려를 해줄 것을 보완조치로 권고했다”며 “그래서 의료공공성 훼손 없이 대외 신인도를 지키고, 지역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라 믿고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고 합리화했다.

그러면서도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원 지사는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중․삼중 보완장치를 만들겠다.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도 강구하겠다. 지혜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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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왼쪽), 강철남 의원. ⓒ제주의소리
이 같은 원희룡 지사의 해명에 제주도의원 의원들은 ‘벌떼’ 공격으로 응수했다.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대표발의한 이상봉 의원(노형을, 더불어민주당)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닌 제주의 미래를 망친 결정”이라며 “무엇보다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원 지사가 보완조치에 불과한 권고를 가지고 “일부 수용” 등으로 표현한 데 대해 “말장난에 불과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원 지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론조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녹지병원 허가 결정을 내릴 것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결단했어야 했다”며 “공론조사 결과를 당연 수용이 아닌 지시가 채택, 불채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면 지방선거를 앞둬 정치적 유․불리만 고려한 오만한 태도”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강철남 의원(연동을, 더불어민주당)도 “녹지병원 조건부 허가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5.4%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첫단추이자, 영리병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의료민영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지사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와 능력을 벗어난 결정으로, 지사가 말한 법과 제도로는 예견된 미래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정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미화하지 말라. 역사는 지금의 결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부끄러운 역사를 만드는 것을 지금 당장 그만두라”는 말로 녹지병원 개설허가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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