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정 출석 “성실히 재판 임하겠다”...당선무효 기준 벌금 100만원 싸움에 운명 결정

국회의원 3선과 집권여당 사무처장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고향에서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재판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지사는 13일 오후 2시10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첫 공판 참석을 위해 이날 법원에 출석했다. 

검은색 구형 체어맨 차량을 타고 법원에 들어선 원 지사는 법원 주차장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법정으로 향했다. 현장을 찾은 10여명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 지사는 “도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도록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 경고로 끝난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입장은 이해한다”며 “재판과정에서 법리와 사실 관계를 밝혀 정의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 13일 오후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 13일 오후 법정에 들어서기 전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과 약수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재판부는 당초 이날 첫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원 지사에게 미리 보낸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와 피고인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재판을 연기하고 기일을 다시 잡기로 했다.

변호인측은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판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선거범죄사건의 신속 처리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기로 하고 1월21일 오후 4시 다시 1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사실관계와 검찰측 증거를 모두 인정했지만 공소사실 2건에 대한 반론을 위해 원 지사가 발언 당시 현장에 있던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 변호인측 증인에 대한 양측 신문을 진행하고 가급적 이날 결심 공판을 진행해 검찰측의 구형을 듣기로 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공판이 한차례 더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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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 13일 오후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기 전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 13일 오후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직 제주도지사가 임기 중 재판에 넘겨진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이다. 1995년 민선 도정 출범과 함께 신구범, 김태환, 우근민 등 역대 도지사 3명 전원도 법정에 섰다.

민선1기 도정을 이끌었던 신구범 지사는 1995년 이장단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아 지사직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우근민 지사는 신 전 지사가 축협 중앙회장 시절 51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해 벌금 300만원으로 지사직을 잃었다.

김태환 지사의 경우 2006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공무원을 선거에 개입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의 위법수집 증거 배제 적용으로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원 지사는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23일과 24일 서귀포시 한 웨딩홀과 제주관광대학교에서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 13일 오후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날 법정에는 공직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 혐의로 기소된 전 도청 국장 오모(62)씨와 전 서귀포시장 김모(67)씨, 전 서귀포의료원장 오모(68.여)씨 등 4명도 함께했다.

이들은 5월23일 열린 서귀포시 모 웨딩홀 모임에서 참석자 약 100여명에 김밥과 음료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이다. 당시 참석자의 상당수는 공무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모임의 성격과 참석 범위 등도 드러날 전망이다. 원 지사는 기존 제주의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원이 사전선거운동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원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반대로 벌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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