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웬 비가 이리 오나 싶습니다. 모두들 건강에 주의하시고 도정활동에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얘기도 좀 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3학년을 키우는 다자녀 엄마이자, 들엄시민 3년차 엄마입니다. 큰아이가 영어에 감각이 있어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사교육을 시켰습니다. 그 사이 유치원생이었던 동생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고, 영어학원에 다니는 누나를 따라 학원에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교재비를 포함할 때 3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둘째도 영어학원으로, 거기다 다음엔 셋째도 영어학원으로. 다행히 영어만 보내면 어찌어찌 감당이라도 해 볼텐데, 아이셋 키우는 저희는 학원비도 학원비지만, 한해 한해 성장이 한참인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큰 아이 2학년 말쯤 학원비를 지불하고도 한참을 고민하고 또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까와서, 둘째와 셋째는 어찌해야 하는지, 엄마로서 정말 그때는 머리 속이 터질 만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학원을 그만두고 저는 또 다른 고민에 머리 속이 복잡했습니다. ‘영어를 이대로 포기하고 갈 것인가?’ 아니면 ‘엄마표로 해 볼 것인가?’ ‘엄마표’로 하기엔 일하는 엄마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며 찾고 찾아서 ‘들엄시민’이란 구세주를 만났습니다. 2015년 10월 14일로 기억이 납니다. 들엄시민 사례발표가 있어 학교 도서관에 앉아 떨리는 마음으로 끝나는 시간까지 꼼꼼하게 듣고, 바로 다음날 동아리 가입을 시작으로 우리 세 아이의 들엄시민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3년이 지났고, 큰 아이는 내년 중학생이 되어 ‘읽엄시민’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하루하루 들엄시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들엄시민 예산 삭감’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터잡기를 하기 위해 숱한 부모교육을 받으러 다니며 마음을 다잡고 버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발 도의회 도의원 여러분.

우리 제주에서 부모들이 자발적인 동아리 모임으로 사교육 없이 영어교육을 한다는 자부심을 찾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3학년입니다.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 이순정 도남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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