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주화운동사료집 Ⅲ」 출간...1947~1995년 진상규명운동 진영 방대한 사료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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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동안 금기시됐던 제주4.3. 수만명이 희생됐지만, 누구도 '말해선 안되는' 비극이었다. 진상규명을 봉쇄한 5.16쿠데타로, 군부독재 정권의 탄압에, 그리고 자녀의 장래를 걱정한 체험자들이 입을 닫는 바람에 제주4.3은 좀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 지난한 투쟁의 결과 음지 속에 묻혀있던 진상이 점차 밝혀지기 시작했다. 특히 1987년 6월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 뿐 아니라 4.3진상규명운동의 큰 획을 긋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4.3특별법 제정(1999년), 진상조사보고서 확정(2003), 대통령의 사과(2003년)도 따지고 보면 민주화운동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민주화운동과 궤를 같이한 제주4.3 진상 규명 운동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사료집이 나왔다. (사)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이사장 강남규, 소장 황석규)가 1947년부터 1995년까지 4.3 관련 사료들을 묶은 「제주민주화운동사료집 Ⅲ」를 10일 출간했다.

4.3 70주년을 맞아 (사)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함께 한 작업이어서 의미가 새롭다. 

1100여 쪽의 방대한 이번 사료집에는 4.3진상규명 운동 진영의 내부 문건들이 주로 실렸다. 이 중에는 언론이나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아 진상규명운동사의 1차 사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1995년 사상 첫 합동위령제를 성사시키기 위한 관련 단체의 부단한 노력을 보여주는 회의록 등이 눈에 띈다. 지금껏 거의 접할 수 없었던 자료들이다. 

반면 이미 4.3 관련 단체나 언론사 등에서 출판한 책자에 들어있는 사료들은 가급적 배제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4.3 전문가로 통하는 김종민 전 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주4.3 진상규명운동 해제(解題)’를 맡아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1960년 이후 진상규명 운동, 합동위령제 등을 알기쉽게 정리했다.  

또한 사료집은 책자 형태 외에 DVD로도 제작해 디지털화 함으로써 자료 검색이 용이하도록 했다. 

연구소 측은 “수집된 자료가 방대해 이번 사료집에는 제47주기(1995년) 위령제까지만 수록했다”며 “다음 사료집에는 제48주기(1996년)부터 제52주기(2000년)까지의 사료와 함께 제주4.3과 관련해 보수 세력들과 다툰 소송기록까지 수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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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규 이사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강남규 이사장은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들을 한데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며 “소중한 자료들을 제공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는 제주지역 민주화운동 및 사회운동의 사료를 발굴 정리하고, 역사적 의미를 정립하는 한편,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평화와 인권에 기반한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13년 3월 설립됐다. 

2014년 첫 사업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제주지역 민주화운동 기관지인 「제주의 소리」를 영인(影印)한 첫 사료집을 발간했다. 2016년에는 ‘제주도 개발과 주민운동’을 주제로 두 번째 사료집을 냈다.  

문의 (사)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064)724-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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