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쟁점 반박..."도로 확장 강행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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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로'를 표방하며 재개된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정이 핵심 쟁점의 규모를 교묘히 축소하고 사실관계와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김민선·문상빈)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도가 발표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강행은 비자림로 경관 훼손을 밀어붙이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며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어 그 본질의 파괴성을 숨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 훼손 면적 감소했다는 제주도, 잘리는 나무는 원 계획대로?

이 단체는 먼저 기존 수림 보전에 중점을 뒀다는 제주도정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제주도는 "도로노선을 3개 구간으로 구분해 수림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면, 삼나무 등 벌채 면적은 당초 4만3467㎡에서 2만1050㎡로 총 2만2417㎡(51.6%)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훼손되는 나무 그루수가 아닌 면적으로 계산을 했다. 발표된 공사 구간을 살펴보면 면적 기준으로는 훼손되는 수림 면적이 기존보다 51.6% 감소하지만, 실제 훼손되는 나무 숫자로 계산하면 감소되는 양은 10%도 안된다. 기존 계획대로 90% 이상 수림이 훼손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이미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확장공사로 인해 훼손수목의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삼나무 2160그루, 곰솔 180그루 외에 팽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등 총 2420그루의 수목이 훼손될 것으로 예측해 왔고, 변경되는 공사 계획에도 수림이 보전된다는 식의 기준으로 설명을 했어야 옳다"며 "결국 교묘한 꼼수로 도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뿐만 아니라 이 단체는 "제주도는 제3구간에 대해 '벌채가 이미 진행된 3구간은 벌채된 구간을 활용해 편측 확장한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구간은 총 연장 0.69km 중 절반인 0.31km 구간은 아직 벌채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 곳마저 은근슬쩍 훼손하겠다는 심산"이라고 꼬집었다.

◇ "도로 확장 필요성 '아전인수'식 해석 불과"

도로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아전인수'식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제주도는 보도자료에서 "도로업무편람에 따르면, 4차로 확장 기준은 지방도의 경우 2차로 교통량이 하루 7300대 초과할 시로, 비자림로는 2018년 교통량 조사결과 하루 1만440대로 조사돼 서비스 수준이 낮아져 4차로 확장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국토부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 국토부의 적정교통량 조사에 따른 서비스 수준 제시는 '자동차가 포화하는 정도의 개념이지 도로 확장의 근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로확장의 타당성을 보기 위해서는 교통량뿐만 사고 건수, 현재 도로상황 등 복합적 계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의 타당성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토부의 교통량 기준표는 자기 논리를 만들기 위한 주관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일 교통량을 기준으로만 보는 것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1만대 이상의 교통량이라도 정체되는 시간대 없이 고루 통행이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7000대 미만의 교통량이라도 특정 시간대에 몰려 정체구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며 "1일 교통량을 기준으로 도로 확장의 타당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유명무실 자문위원회 지적도..."도로 확장 심사숙고해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당 구간의 확장 공사가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제주도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 단체는 "구좌읍 또는 인근의 송당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면 주민들은 도로 확장 구간을 2차로가 시작되는 대천동 사거리에서 마을 안까지 요구했을 것이고, 이럴 경우 최소 도로 확장 구간은 대천동 사거리부터 송당 사거리까지 6km 구간이 돼야 한다. 성산읍 주민들의 숙원이라면 확장 거리는 더 늘어나 대천동 사거리부터 금백조로까지 14.7km를 연결해야 한다"며 "그러나 제주도가 추진하는 확장 구간은 2.9km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개월 간 제주도가 지역주민 여론을 비롯해 식물·조경·경관·환경·교통분야 전문가 등의 자문위원회를 거쳐 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자문위원 구성은 교통, 토목, 도로, 식물, 조경, 경관, 산림, 의회, 시민단체, 행정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고, 이중 시민단체 몫은 1명이었다. 2달 간 회의를 진행한 것처럼 밝혔지만 이 기간 중 회의를 연 것은 2차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는 자문위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비자림로 확장을 전제로 한 3가지 대안을 내놓았고, 이 중에서 최적안을 선정할 것을 요청했다. 자문위원이 도로 확장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를 반영한 대안도 추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의 한 번으로 제주도가 제시한 대안 중에 최종 대안을 결정하고, 두 번째 회의에서 최종 대안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자문위 활동을 종료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강행하려는 제주도의 모습은 거의 집착에 가깝다. 이 구간이 확장된다고 해도 연결도로가 2차로이기 때문에 주행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님에도 도민들의 우려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비판여론까지 감수하면서 강행하려는 제주도의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도저도 아니고 제주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도로 확장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며 "좀 더 심사숙고해 제주도가 얘기했던 생태도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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